경제산업성 조사업체 40% “계속되면 나가겠다”
산업공동화 우려 확산…민주, 금융완화 정책 요구
산업공동화 우려 확산…민주, 금융완화 정책 요구
“달러당 85엔대의 환율이 계속되면 제조업체의 40%가 국외 이전할 수밖에 없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지난 11일부터 24일 사이 200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런 대답이 나왔다고 27일 밝혔다. 일본 기업들이 ‘엔고’에 비명을 지르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시작된 2007년 7월 달러당 123엔이던 엔화는 27일 오후 3시 도쿄 외환시장에서 84.7엔에 거래됐다. 달러에 견준 엔화가치가 3년 사이에 32%가 오른 것이다.
일본 기업들은 올해 엔-달러 환율을 92엔 안팎으로 보고 경영계획을 짰다. 엔고로 인한 수익 저하를 막으려면 일본 기업들은 외국에서 가격을 올려야 한다. 실제로 소니는 미국, 유럽 지역에서 판매하는 컴퓨터 새 모델의 가격을 최근 올렸다. 그러나 가격 인상은 판매 감소를 각오하지 않으면 안 되는 선택이라 한계가 있다.
일본 기업들은 엔화 결제를 늘리는 방식의 대응도 확대하고 있다. 미쓰비시중공업은 선박을 수주할 때 결제통화를 엔화로 하는 거래를 늘리고 있다. 현재 일본 기업들은 거래의 40%가량을 엔화로 처리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엔화 가치 변동에 대한 영향을 거래 상대방이 지게 하는 것인 만큼 마냥 확대할 수만은 없다.
엔고가 장기화할 것으로 내다보는 기업들은 ‘국외 생산’을 늘리는 쪽으로 나서고 있다. 혼다는 내년 3분기부터 자동차, 이륜차 부품의 국외 조달을 크게 늘리기로 했다. 도요타도 미국 공장으로부터 일본에 엔진을 수입하기로 했다. 엔이시(NEC)는 정보기술 관련 주변기기의 현지 조달을 강화하기로 했다.
경제산업성은 “이번 조사에 응한 기업들은 달러당 85엔대의 환율이 이어질 경우 40%가 생산공장이나 개발 거점을 국외로 이전할 수밖에 없다고 대답했다”며 “60%에 이르는 기업이 국외 생산 비율을 확대하겠다고 대답했다”고 밝혔다.
국제협력은행의 자료를 보면, 일본 제조업체의 국외 생산 비율은 2002년 29.3%에서 2008년 34.5%로 늘었다. 2003년 하반기 이후 잠시 일본 회귀 흐름이 나타나기도 했지만, 2007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국외 생산은 다시 가속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1980년대 후반 ‘1차 엔고 시대’에 일던 산업공동화에 대한 우려가 다시금 확산되고 있다.
생산의 국외 이전은 일본 국내 고용에 악영향을 미치고, 내수 기반을 잠식하고 있다. 내수 침체는 기업간 가격 경쟁으로 디플레이션을 낳고 있는데, 엔고가 수입물가를 떨어뜨려 디플레이션을 더욱 심화키고 있다. 27일 총무성 발표를 보면, 일본의 7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1% 떨어져, 17개월째 전년 동월 대비 하락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간 나오토 총리는 27일 기자회견에서 “필요한 때에는 단호한 조처를 취하겠다”며, 다음주 초 시라카와 마사아키 일본은행 총재와 회담할 예정이라고 밝혀, 곧 대책을 내놓을 것임을 예고했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간 나오토 총리는 27일 기자회견에서 “필요한 때에는 단호한 조처를 취하겠다”며, 다음주 초 시라카와 마사아키 일본은행 총재와 회담할 예정이라고 밝혀, 곧 대책을 내놓을 것임을 예고했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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