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의 외교전문 초고 발견
1905년 일본이 ‘을사조약’(제2차 한일협약) 을 강요해 체결할 당시 조선의 저항이 매우 심해, 이토 히로부미가 외교관을 통감으로 임명하려던 계획을 바꿔 자신이 직접 취임하기로 했음을 보여주는 자료가 일본에서 발견됐다고 <아사히신문>이 30일 보도했다.
이 자료는 1905년 조약 체결을 지휘한 이토 히로부미가 조약 체결 사실을 일본에 보고한 외교전문의 초고로, 당시 통역을 맡은 마에마 교사쿠(1868~1942)의 자손이 보관하고 있다가 한국 강제합병 100년을 맞아 이번에 규슈대학에 기증했다.
외교전문의 초고를 보면, 이토는 을사조약을 체결한 사실을 보고하면서 처음에는 ‘통감을 임명해야 한다’고 썼다가 이 부분에 줄을 그어 지웠다. 마에마는 이 부분에 대해 “일본의 계획은 애초 조선 통감에 외교관을 임명한다는 것이었지만, 이토가 초고를 작성하던 도중에 스스로 통감에 취임하기로 뜻을 바꿨다”고 해설을 남겼다.
이토 히로부미 연구가인 이토 유키오 교토대 대학원 교수는 “이 문서 덕분에 일본이 을사조약을 체결할 때까지는 통감에 외교관을 앉히려고 했고, 이토 히로부미도 그럴 예정이었다는 점이 처음 드러났다”며 “교섭 과정에서 조선의 저항이 워낙 강한 것을 보고 일개 외교관이 통감직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다고 보고 이토 히로부미가 스스로 그 자리에 앉기로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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