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기 속 여자친구와 온천 가는 일본 남성들
‘연애 게임’ 독신들 아타미에 몰려
결혼·연애 어려워지는 세태 반영
결혼·연애 어려워지는 세태 반영
한때 일본 신혼부부들의 여행지로 유명했던 시즈오카현 아타미에 올여름 20~30대 독신 남성들이 몰려들었다. 독신 남성들은 진짜 여자친구 대신 가상의 여자친구와 사귀는 내용의 게임기를 들고 온천 명소인 아타미를 찾았다. 연애 게임 ‘러브플러스’를 제작한 코나미와 아타미시가 협조해 지난 7월10일부터 시작한 이 1박2일 여행 프로그램에 다녀간 남성만 최소 1500명 이상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일 보도했다.
이 게임은 유저가 일정 이상 점수를 따면 가상의 여자친구와 아타미로 가상 여행을 떠날 수 있게 설정되어 있다. 여기에 착안해 아타미로 실제 여행을 하는 프로그램이 기획됐고, 게임 제작사인 코나미는 누리집에 따로 홍보 포스터(사진)를 올려놓기도 했다.
여행객이 게임 속 여자친구와 함께 묵는 장소로 설정된 오노야호텔에 예약을 할 때부터 둘만의 여행 분위기를 낼 수 있다. 호텔 직원에게 게임 관련 여행이라고 언질을 주면, 호텔 직원은 남성 혼자인 줄 뻔히 알지만 “두 분이시네요”라고 말한다. 이불도 2인용을 준비해준다. 여행객 중 일부는 실제로 2인 호텔요금을 내기도 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게임 배경으로 사용된 아타미시 관광명소 사진을 찍어 편집하면 가상의 여자친구와의 추억을 만들 수 있다. 여행에 참가한 19살 대학생 후쿠자와 타츠야는 “사실 내 인생에 로맨스는 별로 없었다. 이번 여행이 외로움을 달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기이해 보이는 이런 가상여행의 배경엔 일본 사회 양극화 속에 결혼과 연애가 점점 힘들어지는 독신남성의 증가라는 현상이 있다.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연구소의 2005년 조사를 보면 결혼을 하지 않은 남성의 비율은 35~39살이 30%, 40~44살도 22%에 달했다.
가상의 여자친구와의 여행 프로그램은 지난 31일로 끝났다. 가상의 여자친구가 학교에 가야하기 때문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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