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서면(82) 국제한국연구원장
최서면 자료발굴단장
2일 저녁 6시 도쿄 치요다구 사누키회관에 20여명의 일본인이 모였다. 히로히토 일왕의 주치의를 지낸 만 97살의 치과의사,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의 옛 비서관, 가네야마 마사히데 전 주한 일본대사의 아들 등 참석자들은 ‘최서면 선생을 둘러싼 모임’의 회원들이었다.
길게는 40년 넘게 최서면(82·사진) 국제한국연구원장을 ‘모시고’ 한일역사를 공부한 이들이었다. 10여년 전 정식으로 모임을 만든 뒤 한해 4~5차례씩 모임을 가졌지만, 이날은 “그동안 최 선생이 너무 바쁜 나머지 무려 3년만에 모이는 것”이라고 했다.
이날은 이토 히로부미를 하얼빈에서 사살하고 100년 전 순국한 안중근 의사의 131번째 생일이기도 했다. 최 원장은 지난 4월말 발족한 ‘안중근 의사 유해발굴 추진단’의 자료발굴단장을 맡고 있다. 이번에 일본을 찾은 것도 안 의사의 유해를 찾는 데 도움이 될 일본 쪽 자료를 더 확보하려는 뜻에서였다.
“당시 (안 의사가 순국한) 려순형무소 소장의 딸한테서 확보한 희귀한 두 장의 사진을 근거로 최고의 전문가들이 매장지로 추정되는 지점을 파봤지만, 아쉽게도 유해의 흔적을 전혀 찾을 수 없었습니다.”
최 원장이 모두가 가장 궁금해 하는, 안 의사 유해발굴 추진 경과를 설명했다. 최 원장은 “매장지로 추정되던 곳에서 왜 유해가 나오지 않았는지 설명해줄 딱부러진 새로운 정보가 아직 없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자료 수집차 일본을 찾은 김상기 충남대 교수(국사학)도 “아직은 아무 성과가 없다”고 말했다.
“한국의 자료만으로는 유해를 찾기가 어렵습니다. 이제 기댈 곳은 일본 밖에 없습니다.”
최 원장은 일본 쪽의 협력을 간절히 호소했다. 이날 참석자 가운데는 안 의사가 묻혀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곳을 최 원장과 몇 차례 답사한 이도 있었고, 히로히토 일왕에게 폭탄을 던진 이봉창 의사의 재판기록을 확인해 한국쪽에 알려준 이도, 일본 쪽 자료를 뒤져 훈장 하나 받지 못한채 잊혀졌던 독립운동가 2600여명의 명단을 찾아준 이도 있었다.
최 원장은 참석자 가운데 4명을 ‘협력위원’으로 위촉해 위촉패를 수여하는 한편, 도움이 될 만한 분들을 협력위원으로 추천해달라고 요청했다.
“내가 살아있는 동안에 찾지 못하면, 다음 세대라도 과업을 이어받아서 꼭 안 의사의 유해를 찾아야 한다는 게 우리 자세입니다. ” 최 원장의 말에 오랜 벗들이, 나이를 잊고 안 의사 유해찾기를 위해 직접 발로 뛰고 있는 그의 건강을 빌었다.
도쿄/글·사진 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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