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박테리아 사고 발생 일지
작년 인도서 발견 박테리아
독일·스웨덴·미국으로 퍼져
독일·스웨덴·미국으로 퍼져
[‘슈퍼 박테리아’ 공포] 전세계 환자 확산
어떤 항생제에도 듣지 않는 ‘슈퍼박테리아’가 대유행할 것이란 경고가 현실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 런던(UCL) 병원에선 지난달 30일 신생아 집중치료실에서 치료를 받던 3개월 미만 신생아 3명이 슈퍼박테리아에 감염돼 숨졌고, 다른 12명도 감염됐다. 이들이 감염된 슈퍼박테리아는 ‘젠타마이신 내성 박테리아’와 대표적 슈퍼박테리아로 알려진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MRSA)으로 밝혀졌다. 영국 최고의 미숙아 치료시설이 슈퍼박테리아의 공격에 노출됐다는 사실은 슈퍼박테리아의 공포를 실증해준다.
최근 유럽을 공포에 몰아넣고 있는 슈퍼박테리아는 ‘뉴델리 메탈로-베타-락타메이즈’(NDM-1)를 만들어 항생제의 효능이 나타나지 않도록 하는 종류다. NDM-1을 만드는 세균의 가장 큰 문제점은 현존 항생제 가운데 가장 강력한 것으로 알려진 카르바페넴계 항생제도 듣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인도 뉴델리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아프가니스탄에 이어 전세계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영국 카디프 대학의 티머시 월시 교수는 지난달 의학전문지 <랜싯 전염병>에 기고한 연구논문을 통해 “특별한 조처가 없으면 NDM-1을 만드는 세균은 앞으로 전세계로 급속하게 퍼져 나갈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지난달 10일 영국 보건당국은 NDM-1을 만드는 세균에 감염된 37명의 환자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이들 환자의 대부분은 성형수술이나 이식수술, 암치료를 위해 최근 인도지역을 여행한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6월에 벨기에에서도 파키스탄에서 교통사고 치료를 받았던 당뇨병 환자가 슈퍼박테리아로 사망했다. NDM-1을 만드는 세균으로 인한 환자는 독일, 스웨덴, 미국, 캐나다 등에서도 속속 확인됐다.
지금까지 알려진 슈퍼박테리아에는 1961년에 발견된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MRSA), 1996년 일본에서 발견된 ‘반코마이신 내성 황색포도상구균’(VRSA) 등 특정 항생제에 내성을 갖는 슈퍼박테리아였다. 그러나 이번에 일본에서 발견된 슈퍼박테리아는 특정 항생제가 아니라 여러 항생제에 내성을 갖는 ‘다제내성 아시네토 박터 바우마니’(MRAB)이다. 세계보건기구는 지난 3월 여러 종류의 치료제에 내성을 가진 다제내성 결핵(MDR-TB)과, 이보다 훨씬 강해 치료가 더 어려운 광범위 내성 결핵(XDR-TB) 등 다제내성의 위험성을 특별경고한 바 있다. 2008년 다제내성 결핵으로 인한 사망자는 전세계에서 15만명으로 집계됐다.
영국과 미국 등에선 항생제 저항성을 부여하는 슈퍼박테리아의 핵심 유전자를 밝혀내는 등 슈퍼박테리아 퇴치를 위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항생제의 오남용으로 인한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으며, 슈퍼박테리아를 퇴치한다고 해도 새로운 슈퍼박테리아들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영국과 미국 등에선 항생제 저항성을 부여하는 슈퍼박테리아의 핵심 유전자를 밝혀내는 등 슈퍼박테리아 퇴치를 위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항생제의 오남용으로 인한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으며, 슈퍼박테리아를 퇴치한다고 해도 새로운 슈퍼박테리아들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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