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일 국채 올해 2조엔 매입
일, 엔고 수출악화 심기불편
일, 엔고 수출악화 심기불편
지난 7일 영토분쟁 지역인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해상의 어선 충돌로 불붙은 중·일 갈등이 국채 문제로 번지고 있다.
노다 요시히코 일본 재무상은 지난 9일 참의원 재정금융위원회에서 “(중국의 공격적인 일본 국채 매입 추이에 대해) 움직임을 주목하고 있다. 정확한 의도는 모르겠지만 중국 당국과 긴밀히 연대해 그 의미를 확인하면서 추이를 지켜보고 싶다”며 우려를 표했다. 그는 또 “중국은 일본 국채를 (자유롭게) 살 수 있는 데 견줘, 일본은 그렇게 할 수 없는 것에 대해 부자연스럽다고 느낀다”며 중국 정부에 개방을 요구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중국은 올들어 7월까지 2조3157억엔(32조4000억원)이 넘는 일본 국채를 사들였다. 이는 과거 최고치를 기록했던 2005년에 견줘 9배나 많은 수치다.
일본이 외교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이 문제를 언급한 것은 중국의 일본 국채 매입 추세가 이례적인데다, 일본 경제에 큰 부담을 주고 있는 엔화 강세 현상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중국이 엔화로 표시된 일본 국채를 사면 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는 더 높아지고, 이는 수출을 악화시켜 일본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서방 언론들도 두 나라의 갈등에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월스트리트저널> 아시아판은 10일치 머리기사로 “일본이 엔고(엔화 강세)에 영향을 주고 있는 중국의 일본 국채 매입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시했다”며 “지난 몇년 동안 중국의 세력이 급부상하며 중·일 관계는 긴장과 협조라는 냉온탕을 오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는 중국의 일본 국채 매입은 외환보유고의 다변화를 위한 조처라고 설명했다. 장위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최근 “중국의 외화 관리는 항상 안전성, 유동성, 가치 등을 고려해 결정된다”며 “어떤 국채를 살 것인가는 우리의 필요에 의해 결정된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채권국인 중국(외환보유액 2조4500억달러)은 지난 7월 외화자산을 다변화할 계획을 밝힌 뒤 한국 국채에 대한 보유고도 연초의 2배 수준인 3조9990억원으로 늘려 한국의 3대 채권국이 됐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미즈호 증권의 우에노 야스나리 수석애널리스트는 “중국의 일본 국채 매입을 ‘엔고와 달러 약세’라는 관점에서 설명하는 경향이 있지만 아무래도 위화감을 느낀다”고 밝혔고, 중국 내부에서도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위한 노림수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