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나오토(왼쪽) 일본 총리가 14일 집권 민주당 대표로 재선된 뒤 경쟁후보였던 오자와 이치로 전 간사장으로부터 축하를 받고 있다.도쿄/AP 연합뉴스
깨끗한 민주당 내건 ‘탈 오자와’ 행보 먹혀
여소야대 참의원 상황·지도력 문제 넘어야
여소야대 참의원 상황·지도력 문제 넘어야
[일본 간 총리 연임]
지난 6월 초 일본 총리로 선출된 간 나오토는 이후 3개월여 동안 사실상 ‘임시 총리’였다.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가 전격 퇴진하면서, 잔여임기 3개월짜리 당대표직을 넘겨받은 까닭이다. 그러나 14일 치러진 당대표 선거에서 오자와 이치로 전 간사장에게 압승을 거둠으로써, 그는 ‘실세 총리’로서 ‘롱런’을 꿈꿀 수 있게 됐다. 간 총리는 이제 임기 2년 동안, 길게는 다음 중의원 선거 때까지 3년간 총리직을 이어갈 발판을 마련했다.
당내 ‘최고 실세’인 오자와 전 간사장과 맞붙은 이번 선거에서 간 총리가 거둔 승리는 밑바닥의 ‘반오자와’ 정서에 힘입은 바 크다. 간 총리는 여론 동향을 잘 드러내는 당원·후원자 투표(총 300점)에서 무려 83%를 얻어 오자와를 완전히 압도했다. 국회의원 투표에서도 오자와에게 6표(12점)를 앞섰다. 그는 국회의원들만의 투표로 치러진 2006년 당대표 선거에서 72표를 얻어 119표를 얻은 오자와에게 완패했으나 이번에 완승을 거둬 오자와의 그늘을 벗어났다.
간 총리가 이처럼 지지를 얻은 것은 ‘탈오자와’ 노선을 일관되게 추진한 덕분이다. 지난 6월 하토야마 총리의 사퇴로 찾아온 기회에서 당시 부총리였던 그는 ‘깨끗한 민주당’을 전면에 내걸었다. 이를 통해 정치자금 문제에 발목이 잡혀 있던 하토야마, 오자와를 ‘과거’로 밀어넣었다. ‘낡은 정치로부터의 결별’이라는 정치적 비전이 ‘재선 총리’ 간 나오토를 만든 셈이다. 시민운동가 출신으로 세습 정치인과는 거리가 먼 이력, 1989년 이후의 총리 가운데 가장 적은 ‘재산 2240만엔’(약 3억1000만원)의 청빈함은 그의 정치적 자산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선거 승리가 간 총리의 비전에 대한 지지보다는, 반오자와 여론에 따른 반사이익 때문이라는 지적도 많다. 지난 9~10일 <교도통신>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간 총리 내각을 지지한다는 54.7%의 답변 가운데 거의 절반에 가까운 46.5%가 ‘달리 적당한 인물이 없어서’라고 대답했다. 오자와의 출마 선언 뒤 올랐던 내각 지지율이 이번 선거 이후 다시 떨어질 수도 있음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간 총리가 ‘정치적으로 미숙하다’는 지적도 있다. 민주당 정권의 안정화 여부를 가름할 지난 7월 참의원 선거에서 그는 소비세 인상을 적극 언급했다가 선거를 참패로 이끌었다. 하토야마-오자와 동반퇴진으로 한때 70%에 육박했던 내각 지지율이 40% 밑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이번 선거를 거치면서 둘로 쪼개진 당의 단합은 그에게 맡겨진 가장 큰 당면과제다. 오자와 진영과 정책대립 구도가 매우 뚜렷해져 앞으로 중요사안에서 당내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부터가 만만찮게 됐다. 여소야대의 참의원도 높은 벽이다. 정권 탈환을 노리는 야당이 예산안 처리 등에서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내각 지지도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경제상황 또한 간 총리에게 그리 유리한 국면은 아니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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