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노인 도둑’ 어찌하오리까
60살 이상 고령자 절도범 2만명 넘어
절도자의 70%가량 명확한 이유 없어
절도자의 70%가량 명확한 이유 없어
세계에서 고령화가 가장 진척된 일본에서 고령자들의 절도 행위가 계속 늘어나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일본 경찰청은 올 들어 9월까지 편의점 등 가게에 손님을 가장해 들어가 물건을 슬쩍 훔치는 이른바 ‘만비키’(절도) 혐의로 적발된 65살 이상 고령자가 2만82명에 이르렀다고 14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1명 늘어난 것이다. 65살 이상 고령자의 절도는 지난해까지 19년 연속 늘어난 바 있어, 지금 추세대로라면 올해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과거에는 가게에서 물건을 훔치는 것은 주로 청소년 범죄로 인식돼 왔다. 실제 올해도 9월까지 절도범으로 적발된 7만6747명 가운데 14~19살 청소년이 2만681명(27%)으로 가장 많다. 하지만 이 연령계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4명 감소했지만, 65살 이상 고령자 적발자는 141명 늘어났다. 고령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26%로, 계속 상승하는 추세다.
절도 혐의로 적발된 고령자들을 상대로 절도에 이른 동기를 조사한 결과, 전체의 20%가량만이 생활 곤궁 등을 이유로 물건을 훔쳤다고 밝혔다. 70%가량은 명확한 이유 없이 그저 갖고 싶은 마음이 생겨 편의점이나 슈퍼마켓에서 식품 등을 훔쳤다고 한다. 경찰청은 이를 토대로 고령자 절도가 ‘고독감’이나 ‘삶의 보람의 결핍’에서 비롯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청은 지난 9월부터 50살 이상의 절도 혐의 적발자는 지역사회에 있는 동아리를 소개해주기로 하는 등 대책을 마련했다. 그러나 더 깊이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보고, 절도범과 접할 기회가 많은 소매업자 단체, 방범협회 등 31개 단체가 참가하는 ‘절도 방지 관민합동회의’를 꾸려 새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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