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창적 접근’ 합의 뒤집고
대통령선거 앞 강국의지
“미 견제·친중 행보” 분석도
대통령선거 앞 강국의지
“미 견제·친중 행보” 분석도
러 ‘쿠릴분쟁’ 숨은 뜻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해 2월 러-일 정상회담에서 ‘독창적인 접근’을 통한 양국간 영토문제 해결에 합의했다. 그러나 그는 새로운 접근을 구체화하기는 커녕, 역대 러시아 지도부가 주저해오던 분쟁지 방문을 1일 전격 감행했다.
에브게니 바자노프 러시아 외무성 외교아카데미 부소장은 이에 대해 “대통령은 1956년 일소공동선언의 원칙으로부터 한걸음도 양보할 생각이 없다는 뜻을 보였다”고 해석했다. 공동선언은 양국간 평화조약을 체결할 때 러시아가 분쟁대상인 4개 섬 가운데 시코탄과 하보마이 군도는 일본에 돌려줄 수 있다는 뜻을 담고 있다. 메드베데프는 이번 방문을 통해 쿠나시르(일본명 구나시리)와 이투루프 섬은 돌려줄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는 것이다.
메드베데프가 일본과 갈등을 각오한 행보를 선택한 이유로 서방 언론들은 201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국내적으로 강한 인상을 남기려 했다는 점을 가장 먼저 꼽는다. <뉴욕타임스>는 “메드베데프는 그의 멘토인 푸틴 총리보다 대체로 유연하게 비쳐왔지만 영토 문제에선 강경 태도를 취해왔다”며 “그는 동아시아에서 강국으로 남겠다는 러시아의 의도를 내비쳤다”고 분석했다. 러시아는 1990년대 이후 쿠릴열도에서 발을 빼왔지만, 이 지역은 석유와 가스 자원이 매장돼 있고, 아시아 시장으로 가는 수송로라는 점에서도 중요한 지역이다.
일본에서는 러시아의 ‘친중국 행보’에도 주목한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중-러 정상회담에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제2차 세계대전에 대한 역사인식을 공유하는 공동선언에 서명했다. 메드베데프의 쿠릴열도 방문은 그 직후 추진됐다. <도쿄신문>은 “러시아는 군비증강을 계속하는 중국에 대해 뿌리깊은 경계감을 갖고 있지만, 성장하는 중국 시장에 참가하고 미국을 견제할 수 있는 등 중국과 우호관계를 통해 얻을 이익이 적지 않다”고 분석했다. 일본 경시는 친중노선에 따른 자연스런 결과라는 해석이다.
물론 러시아가 정보기술 분야의 투자 유치, 극동지역의 에너지 개발 등 일본에 협력을 요청할 사안도 적지 않다. 하지만, 중국과 일본의 갈등에서 보듯 일본의 의사결정은 결국 경제적 이익을 중시하는 재계의 의지에 좌우되는 까닭에, 정치외교적 갈등이 러시아의 경제적 손실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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