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대로 아들을 데리고 돌아왔습니다.” 지난 29일 일본 시즈오카현 가케가와시의 한 묘지에서 부산 자비사 박삼중 스님은 유골함을 묘지 앞에 놓고 이렇게 말했다. 묘지에 묻힌 이는 1998년 사망한 박득숙씨, 유골이 되어 어머니에게 돌아온 아들은 지난 3월 한국에서 사망한 재일동포 출신 권희로씨였다.
영화 ‘김의전쟁’ 실제 주인공 ‘김희로’로 알려진 권씨는 68년 2월 시즈오카현 시미즈시에서 폭력조직원이 빌려 쓴 돈을 갚으라고 협박하며 “조센진, 더러운 돼지새끼”라고 욕설을 퍼붓자 엽총으로 야쿠자 두목과 그 부하를 살해한 인물이다. 신문과 방송을 통해 생생하게 보도된 이 사건은 재일한국인 차별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 권씨는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인질극을 벌일 당시, 아들에게 “일본인에게 붙잡혀 더럽게 죽지 말고 깨끗이 자결하라”고 각오를 보였던 어머니는, 그 뒤 박 스님을 만나 아들의 가석방을 성사시켜 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99년 가석방으로 영주 귀국해 부산에서 생활하다 지난 3월26일 82살을 일기로 세상을 뜬 권씨는 “주검을 화장해 유골의 반은 선친의 고향인 부산 영도 앞바다에 뿌리고, 반은 시즈오카현 어머니 묘에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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