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결과 부정” 여론은 비판
일본 정계 재편의 한 방법으로 대연립론이 계속 부각되고 있다. 민주당과 자민당이 손을 잡는 방안이다. 두 당만이 아니라 민주당과 대립하는 일부 보수 야당까지 포함한 ‘초(超)대연립’도 거론된다.
의원내각제 국가에서 의회 제1당과 제2당은 정권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 다툰다. 그런 두 당이 정권을 안정시키기 위해 연합하는 특수한 형태를 ‘대연립’이라 한다.
일본에서는 1994년 6월 무라야마 도미이치 내각 때 중의원 제2당인 사회당과 제1당인 자민당이 처음으로 대연립 정부를 구성한 적이 있으나, 연립 구성 전 치러진 총선에서 얻은 사회당 의석이 그 전 사회당이 참가한 연립 진영보다 적었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대연립은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 이때를 제외하곤 대연립은 성사된 적이 없다.
오자와 이치로가 민주당을 이끌던 2007년과 2008년에도 대연립은 정국의 초점이 됐다. 오자와 당시 대표는 2007년 11월 참의원의 여소야대로 고뇌하던 후쿠다 야스오 자민당 총재와 만나 대연립 구상을 거론했다. 그러나 당내 반발이 크자 이를 철회하고 책임지겠다며 대표직 사임 의사까지 밝혔다. 이후 2008년 11월28일 신당일본 대표와 만나 아소 다로 총리 퇴진 뒤 선거관리 내각으로서 대연립 정부 구상을 밝혔다. 물론 이는 ‘아소 내각 흔들기’가 진짜 목적이었던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간 나오토 총리 내각에서 대연립론이 다시 부각되는 것은 여소야대인 참의원에서 민주당이 군소야당들을 연립에 끌어모아도 다수파가 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재정 개혁, 후텐마 기지 문제 등 여야가 힘을 합쳐 풀어야 할 난제가 많다는 명분도 있다.
일단은 무산됐지만, 민주당이 자민당 탈당파가 만든 ‘일어서라 일본’ 쪽에 지난해 말 연립 구성을 타진했던 것은 대연립 움직임과 관련해 큰 관심을 끌었다. ‘일어서라 일본’은 참의원 3석으로, 연립에 참가해도 민주당은 다수파가 되기 어렵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적극 나선 것은 일어서라 일본이 자민당과 민주당을 잇는 징검다리 구실을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는 게 중론이다. 요사노 가오루 ‘일어서라 일본’ 공동대표는 대표적인 대연립 추진론자다. 와타나베 요시미 다함께당 대표도 “의회 조기 해산도, 대연립도 환영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대연립의 상대방인 자민당에서는 다니가키 사다카즈 총재가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을 주장하며 대연립에 선을 긋고 있다. 자민당은 민주당을 계속 흔들면 결국 총선으로 치닫게 되고, 총선이 치러지면 자민당이 정권을 되찾아올 수 있다는 기대를 갖고 있다. 일부 의원들은 대연립에도 문을 열어놓고 있지만, 총선거를 거쳐야 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이시바 시게루 정조회장은 지난 연말 <지지통신>과 한 인터뷰에서 “오자와를 빼고, 대연립을 위한 정책을 내걸고 총선거를 실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언론사들이 실시하는 여론조사에서는 대연립 반대론이 훨씬 우세하다. 대연립은 선거를 통해 드러난 민심을 부정한다는 이유에서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도쿄/정남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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