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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카라 사태 이후…“일본은 한국 연예인의 봉이 아니다”

등록 2011-01-28 15:06수정 2011-01-28 15:23

카라
카라
해도해도 너무한 한국 연예산업, 이제는 주는 것도 생각해야
[JP뉴스 원문보기]
"우린 한국연예인을 위해서 자선사업 하는 나라가 아니예요. 프로페셔널한 것을 원합니다. "

지난 주 일요일, 취재현장에서 만난 테레비 아사히 기자의 말이다. 그는 기자가 한국인임을 알고 먼저 말을 걸어왔다. 그리고 끊임없이 현재 소속사와 갈등을 빚고 있는 '카라'에 대해서 이것저것 집요하도록 물었다.

"일본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지요. 물론 소속사와 연예인 간의 갈등은 인간인 이상 늘 있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카라처럼 앞뒤 계산하지 않고 그렇게 무분별하게 터트리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함께 죽는 길이니까요. 우리 일본인들 사이에서는 카라사태를 한국 특유의 '치맛바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왜 있잖습니까? 일본에도 워낙 많이 보도돼 잘 알고 있는 교육 치맛바람. 이 치맛바람의 연장선이 카라의 부모님들이 아닌가 하는 얘기들이 오가고 있지요."

그러면서 그는 이번 '카라' 사태가 일본기자로서 매우 불쾌하다고 노골적으로 불만을 터트렸다. 혹시 한국연예인들이 일본을 '봉'으로 보는 것이 아니냐고 따지듯이 물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다른 언론사 신문기자가 실제로 그런 것 아니냐면서 단정적으로 결론지어 말했다.

최근 취재 현장에 나가 일본기자들을 만나면 온통 '카라'에 대한 비판 일색이어서 우선 얼굴부터 화끈거린다. 그뿐만이 아니다. 일본에서 연예 프로모션을 하는 한국인 관계자들을 만나면 비명부터 지른다.

"그동안 공들여 쌓아놓은 한류 이미지가 하루아침에 바닥으로 추락하고 있어요. 심지어 국민성까지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예요. 누구 좋은 해법 없어요?"

그렇다. 실제로 그랬다. 만나는 일본인마다, 연예계 종사자들마다 어느 한사람도 '카라' 사태를 좋게 이야기 하는 사람이 없었다. 일본인들은 한마디로 '어이없는 상황'이라고 표현했고, 일본과 합작 혹은 협력관계의 한국 연예 프로모션 관계자들은 '한류라는 다된 밥에 카라가 코를 빠트렸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현재 일본의 분위기를 전하자면, 먼저 DSP미디어 소속사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한 한 승연, 니콜, 강 지영의 부모에 대한 비난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 이유는 '너무 빨리, 그리고 공식적으로 문제를 터트렸다'는 것이다.


"아휴, 말도 마세요. 만나는 일본인들마다 카라사태에 대해서 설명을 해달라는 통에 정작 본론인 제 사업얘기를 제대로 못할 정도예요. 나도 일본 연예 시장을 상대로 비지니스를 하는 사람이지만 이게 뭡니까? 다른 사람에게 피해는 주지 말아야 될 것 아닙니까? 아무튼 한류사업을 하는 사람들의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예요. 자칫 잘못하면 한국연예인 모두가 책임도, 의리도 없다고 전부 매도당할 판이예요."

어제 제이피뉴스 사무실에 찾아온 연예 프로모션 E 사 대표 김모 사장의 말이다. 그는 현재 자신의 회사에 소속된 가수들을 일본에 데뷔시킨 후 한달에 한번꼴로 일본에 오는 연예관계자다.

그는 문제의 발단이 된 '카라' 멤버 세 명과 소속사에 대해서는 양비론을 폈다. 오죽했으면 부모들이 나섰겠느냐는 것. 자신도 아이돌 가수들을 일본에 데뷔시키고 발이 부르트도록 일본에서 뛰고 있지만, 인정받는게 먼저라서 어린 가수들을 일일히 챙겨주지 못할 때가 많다고 토로했다.

그렇지만 그런 점에 대해서는 현장에서 같이 뛰는 아이돌 가수들도 충분히 인지하고 이해하는 터여서, 기획사 입장에서는 그리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무명시절을 지낸 가수라면 대부분 그런 과정을 거쳐 톱스타가 되기 때문.

"문제는 바로 그런 과정에서 부모들이 개입했다는 거예요. 더구나 일본에서의 활동을 문제삼아 그랬다는 것은 너무 성급한 행동입니다. 일본에서 뜬지 얼마나 됐다고. 불과 1년도 채 안됩니다. 일본에서 그런 새내기 가수 부모들이 나서서, 그것도 공식적으로 그랬다는 것은 '카라' 자신들한테도 엄청난 데미지를 주는 일입니다. 실제로 일본연예 관계자들을 만나보면 고개를 설레설레 내둘러요. 앞으로 '카라' 관련 일을 하기가 무섭다고. "

한 마디로 눈 앞의 이익을 탐하다가 결국엔 큰 것을 놓치는 소탐대실(小貪大失) 의 행태를 '카라'의 세 부모들은 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주 19일에는 한국문화원에서 있었던 '한발협(한류발전협의회)' 정기모임에 나갔다. 이자리에서도 '카라' 문제 때문에 아우성이었다.

일본 오리콘에서 근무하는 김모씨는, 한국연예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오리콘에서 발행하는 주간지에 '카라'가 표지 모델로 나왔다고 직접 책을 보여 주며 한숨을 내쉬었다. 표지에 나오자마자 그런 불상사가 터져 이미지 다운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며 혀를 끌끌 찼다.

게다가 오는 2월 6일, 촬영 예정이 되어 있는데 그마저도 현재 불투명하다며, 그래서야 누가 한국연예인하고 일을 하고 싶어하겠느냐며 다른 한류 연예인들에게 이미 그 여파가 미치고 있음을 토로했다.

'한발협' 멤버 대부분이 일본문화계에서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어서, '카라'의 후유증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었다. 바로 현장에서 일본인과 일하고 있는 실무자들인 만큼, '카라' 사태에 대해서 일본인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또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그 실례들이 낱낱이 보고되었다.

이들의 의견도 앞의 E사 김사장과 비슷하다. '카라'의 세 멤버들이 제기한 문제점은 잘 알고 또 이해하지만, 너무 성급했다는 것이다. 이제 겨우 '동방신기'가 터를 닦아 놓은 토대위에서 '소녀시대'와 '카라'의 대활약을 함으로써, 일본의 10-20대 팬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바로 그 정점에 카라가 찬물을 확 뿌렸다는 것이다.

이렇듯 '카라' 사태는 일본에서도 난리다. 오늘(27일) 아침 TV방송에도 카라의 불협화음 뒷소식이 자세히 전해졌다. 이 방송은 DSP미디어 소속사에서 키운 '카라'가 일본에서 인기를 끌자, 부모와 지인이 이적을 부추켜 문제의 소동이 일어났다고 보도했다.

자 그럼 결론을 이야기해보자. 우선 '카라' 세명의 부모는 세가지 치명적인 실수를 했다.

첫째, '카라'는 '동방신기'의 경우와는 전혀 다르다.

한국과 일본의 연예관계자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이번 '카라'의 사태는 '동방신기'와는 전혀 경우가 다르다는 것이다. '동방신기'는 수년에 걸쳐 톱스타 위치를 다졌다. 일본에서의 활동도 '카라'처럼 단시간내에 화제와 인기를 모은 것이 아니라, 몇 년동안 소속사와 가수들이 한계단씩 차곡차곡 피땀을 흘려 톱스타 대열에 올랐다.

뿐만 아니라 멤버 한사람 한사람이 따로 활동을 해도 부족하지 않을 만큼, 실력과 퍼스낼리티가 있다. 때문에 '동방신기'가 3:2로 분열됐어도 양쪽 모두 살아남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나 '카라'의 경우는 전혀 다르다.

"일본여성에게는 드문 쭉빠진 다리와 엉덩이춤으로 떴지 노래는 별로잖아요?"

이 이야기는 한국인이 말한 것이 아니다. 바로 일본인이 말한 것이다. '카라' 정도의 노래는 일본에도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길게 쭉 뻗은 다리와 날씬한 몸매는 같은 여성들이 보기에도 '와아!' 하고 입이 벌어질 정도라는 것이 일본언론의 대체적인 평가다.

실제로 '소녀시대'와 '카라' 콘서트장에는 10대 20대들이 몰린다. '갓코이이!(멋있어!)'를 외쳐대면서.

아직까지 일본에서의 '카라' 실력은 '여기까지만' 이다. 그것은 '카라'가 일본에서 데뷔한 지 시간적으로 얼마되지 않았고, 또 노래로 완전히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스터'가 히트하기는 했지만, 노래가 좋아서 산 사람보다는 '카라'라는 걸그룹이 좋아서 CD를 구입한 이들이 월등 많기 때문이다.

역으로 이것은 계속해서 히트곡이 나오지 않으면 가수로서의 생명이 그만큼 짧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왜냐하면 댄스로 승부를 보는 아이돌가수들의 경우, 25세가 넘으면 그대로 내리막길이기 때문이다.

실례로, 일본초등학생부터 성년에 이르기까지, 일본여성 특유의 귀여움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걸그룹 '모닝구무스메'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과거의 그 인기를 찾아 볼 수가 없다. 그 이유는 10대였던 모닝구무스메가 성년이 되어 '귀여움' 대신 여성으로서 의 원숙미를 풍기자 그 돌풍같은 인기가 확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은 일본인 그 누구도 예전처럼 '모닝구무스메'를 외치지 않는다.

바로 이점이 '동방신기'와 '카라'가 다른 점이다. 동방신기는 노래와 멤버 개개인의 퍼스낼리티로 가수생명을 충분히 연장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카라'는 일본에서 노래로 완벽하게 인정을 받은 상태도 아니거니와, 멤버 개개인의 퍼스낼리티도 검증받은 것이 거의 없기 때문에, '동방신기'처럼 만약 3:2로 분열된다면 일본에서의 활동에 관한한 '자멸'은 정해진 수순이다.

둘째, '카라'의 부모들은 일본연예시장과 일본인들을 너무 안일하게 봤다.

일본인들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바꾸어 말하면 일본시장을 너무 얕잡아 봤다는 얘기다. 좀 더 직설적으로 표현하자면 일본인 팬들을 '봉'으로 생각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렇게 배짱좋게 공개적으로 문제를 터트릴 리가 없다.

'카라' 부모들은 문제 제기를 하더라도 은밀히, 그리고 비공식적으로 했어야 했다. 일부에서 '오죽했으면 문제를 터트렸겠느냐'라고 옹호하는 이들도 있는데 이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고 하는 얘기다.

왜냐하면 바로 눈앞의 이익때문에 그들은 너무나 큰,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신뢰'를 하루아침에 잃었다. 그것도 일본시장에서 말이다. 무엇보다도 일본인들은 '신뢰'와 '의리'를 '목숨' 처럼 여긴다. 같은 일본인들끼리도 마찬가지다. 한번 신뢰를 얻기가 힘들지만, 일단 신뢰를 인정받으면 여간해서는 변하지 않는게 바로 일본인들이다.

그래서 일본인들은 자신이 한번 누구를 좋아하면 죽을 때까지 영원한 팬이 된다. 바로 이같은 일본인들의 성향이 일본내에서 '한류'라는 또다른 형태의 문화를 탄생시켰다. 이 혜택을 가장 빠르고 짧은 시간내에 받은 이들이 다름아닌 '소녀시대'와 '카라'였다.

그런데 이 무한하기만 했던 '신뢰'를 '카라'가, 그것도 일본에서 데뷔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는 새내기 걸그룹이 송두리채 그 뿌리를 흔들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일본인들은 '봉'이 아니다. '나 힘들어요. 소속사로부터 제대로 대우 못받고 이익금 배당금도 터무니없이 적게 받고 있어요.' 라고 투정(일본인들의 표현)을 부린다고 해서 일본연예 관계자들이 '그래, 얼마나 힘들었니. 그러면 그 소속사를 나와 다른 회사로 옮기렴!' 하고 넙쭉 받아주는 그런 착한 세계도, 또한 만만한 곳도 아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현재 톱스타 위치에서 활동하고 있는 일본 연예인치고, 그동안 '카라'가 겪었던 수난과 고통을 경험하지 않은 이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아니 '카라'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다. 어느 엔카 중견 가수는 9년동안 가수겸 프로덕션 사장의 자리끼를 놓는 갖은 시중을 든 다음에야 가수가 될 수 있었다. 지금도 그 회사 소속 가수로 활동하고 있다.

그래도 누구하나 이의를 제기하는 이가 없다. 왜냐하면 이런 케이스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어떤 면에서는 연예데뷔 환경이 한국보다 일본이 더 열악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너무 자충수를 빨리 뒀다.

특히 '카라'는 멤버 5명이 모두 주인공인 드라마 등 일본과 현재진행형으로 추진되고 있는 일들이 산적해 있다. 이는 소속사 문제를 떠나서 자신들의 명예와 신뢰를 위해서라도 어떡하든 약속을 지켰어야 했다.

또 있다. 일본인들은 '의리'를 목숨과 동일선상에 놓는다. 일본인들은 이를 '사무라이 정신'이라고 칭한다. 인간관계, 비지니스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번 사태를 두고 '카라' 부모가 일으킨 문제제기에 대해 일본 언론이 '배신'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일본인들의 사무라이정신, 즉 일본인들의 성향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카라'를 발굴하고 키웠던 DSP미디어 이 호연 전 대표가 뇌출혈로 쓰러져 현재 의식불명 상태에 있는 것으로 일본에는 알려져 있다. 위의 E사 김사장에게 물으니 사실이란다. 이럴 경우, 일본인이라면 곁을 떠나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한다.

26일 아침 TV방송에 나왔던 '카라'에 대한 내용도, '자신들을 발굴하여 키워준 소속사 대표가 쓰러지고 그 와중에 일본에서 인기를 끌자 제3자가 등장, 소속사를 배신하게 된 것'이라고 보도했다. 물론 '카라' 멤버 3인 부모가 제기한 소속사의 문제점도 소개했다.

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카라'를 발굴해 키운 소속사 대표의 '의식불명 병상'과 '배신'에 방점을 찍었다. 자신들을 발굴해내고 키워 준 아버지 같은 소속사 대표가 의식불명 상태에 있는데, 어떻게 다른 곳으로 이적할 생각을 하느냐는 것이 대체적인 일본인들의 생각이다. '의리'를 목숨처럼 생각하는 일본인들로서는 이번 '카라'의 행동이 그래서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는 지극히 일본인다운 생각이기도 하다.

결국 '카라' 부모들은 일본시장, 일본인들을 너무 쉽게 봤다. 너무 만만하게 본 것이다. 인기가 있으니 언제든지 달려 가면 냉큼 반겨줄줄 안 것이다. 물론 본인들은 그런 의도가 전혀 아니었음을 누누히 밝히고 있다.

그러나 현재 일본에서 벌어진 형국은 일본시장을 '봉'으로 생각하고, '약속' 같은 것은 안 지켜도 되며, 언제든지 찾아오면 두팔벌려 반겨주고 '돈'도 벌게 해주는 그런 만만한 연예시장 정도로 여기고 있다고 일본 연예 관계자들은 인식하고 있다. 일부 실무자들중에는 한국 연예 관계자들이 일본을 순전히 '봉'으로만 생각한다고 실제로 분노를 터트리는 이도 있었다. '완벽한 무시' 를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앞으로 그녀들과 일을 해야 할 지, 말아야 할 지 망설이고 있는 연예 관계자들이 많다는 얘기도 들린다. 기존에 스케줄이 잡혀 있는 실무자들은 앞으로 줄줄이 펑크가 날까봐, 만약 그러면 같은 일본인들 사이에서도 신뢰를 잃을까봐 분노를 억누르며 전전긍긍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드라마의 경우, 만약 중지하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지면 손해배상뿐만 아니라 일본연예계에서 '카라'를 퇴출시켜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고 한다. DSP미디어 소속사도 마찬가지다. 이 소속사에 속한 연예인과 일을 하는 것은 이제 무리라는 소리가 진작부터 흘러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카라+소속사 모두 자폭이다.

셋째는 '카라'의 세부모가 문제제기 이후의 '후유증'을 너무 간과했다는 것이다.

특히 일본쪽은 백번 양보해서 생각한다 하더라도 변명의 여지가 없게 되어 버렸다.

'한류'는 어느날 갑자기 하루 아침에 생긴 신바람이 아니다. 수십년 전부터 모진 차별과 시행착오 속에 피눈물을 흘리며 만들어 낸 일본속 신한국 문화다. 그 과정에서 이름없이 빛도 없이 열심히 '한류'라는 터를 닦고 스러져 간 무명 가수들과 배우들이 있다.

그 토대위에서 '한류'는 피어났다. 하루 아침에 생긴 '한류'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만큼 일본인들과의 사이에 질경이처럼 질기고 보이지 않는 끈끈한 '우정과 두터운 신뢰' 가 '한류' 속에 있다. 이를 하루 아침에 '카라'가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

세 명의 '카라' 부모들은 진작부터 문제제기를 하려고 준비 했으면 일본쪽 일에 대한 대책도 함께 세워놔야 했다.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행위가 국제적으로 어떤 파급을 미치게 될 지 그것도 계산 속에 넣었어야 했다. 그래야 동료 연예인들이 피해를 입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은 전혀 그런 배려가 없었다. 오직 자신 딸들만 생각했다.

자신들은 그동안 선배 연예인들과 관련 종사자들이 피눈물로 '일본이라는 고속도로'를 쫘악 닦아 놓으니까, 그 위에 '무임승차'를 해 놓고는, 출장보내는 회사(소속사)가 수고비와 교통비를 적게 줬다고 고속도로에서 시위를 하고 있는 형상이다. 때문에 '카라'가 좋아 함께 탄 일본 관계자, 고속도로를 만들고 오가는 한류 종사자, 한류 연예인들이 줄줄이 도미노 현상으로 피해를 당할 위기에 처해 있다.

아쉽고, 안타깝고 그래서 분노가 이는 것은, '카라' 사태 때문에 한국연예인들과 그 관계자들이 진짜 피눈물 흘리며 몇 년씩 공들여 쌓아놓은 일본팬들과의 '신뢰' 관계가 하루 아침에 와르르 무너지게 생겼다는 사실이다.

그렇잖아도 그동안 일부 한류스타들이 '만행'에 가까운 행태를 보여 일본연예 관계자들 사이에서 원성이 높았다. 실례로 톱스타 배우인 K의 경우, 5만엔을 받고 런치쇼, 디너쇼를 연달아 열면서 시종 무성의하게 프로를 진행, 일본팬들로부터 '해도해도 너무 한다'는 비난을 들었다.

그 때도 '일본팬들이 한류스타 봉이냐'는 말이 일본인들 사이에서 나왔다. 마침 문제의 K- 런치쇼에 갔던 일본여배우 구로다 후쿠미씨는, 왜 그런 것을 취재해 보도하지 않느냐고 나에게 직접 힐난성 지적을 한 적도 있었다.

또다른 남자 배우는 팬 미팅을 하면서 거액의 출연료를 받고는 사진도 제대로 못찍게 해 이 역시 일본팬들의 원성을 샀다. '욘사마'라고 불리우는 배 용준도 작년 가을 도쿄돔에서 이벤트를 열었을 때, 티켓을 사서 입장한 팬들에게 얼굴을 보여준 것은 고작 20여분도 채 안돼 원성을 자초하기도 했다. 물론 이때도 일본팬들을 '봉'으로 안다는 말이 나왔다.

그래도 이 같은 일부 연예인들의 몰지각한 행동이 그나마 가려질 수 있었던 것은, 대부분의 한국연예인들이 일본무대에서 최선을 다하기 때문이다. 또한 체계적인 매니지먼트를 하는 기획사들의 발빠른 대응과 노력도 한몫했다.

이렇듯 요즘 만나는 일본 연예 관계자들마다 '한국연예인하고는 일하기 힘들다'고 호소를 한다. 그리고는 사족처럼 묻는 것이 '앞으로 카라가 어떻게 될 것 같으냐'는 말이다.

이미 널리 알려진 것처럼 세 명의 '카라' 부모들은 '부당한 대우, 체계적인 관리와 매니지먼트, 정당한 이익금 배당문제' 등을 거론하며 소속사 계약해지를 요구했다. 이에 대한 소속사의 대응은 매스컴에 보도된 그대로다.

하지만 일본에서 살고 있는 매스컴 종사자로서, 그리고 한류의 태동 현장을 고스란히 지켜 본 당사자로서 하고 싶은 말은,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는 제발 새지 않게 해달라'는 것이다. 억울한 면이 있다면 서로 지지고 볶든지 내부에서 해결해야 한다. 현재의 상태가 앞으로 계속된다면 일본내의 '한류산업'에 치명적인 데미지가 생긴다.

벌써부터 '카라' 사태로 일본에서 예정되었던 기획사와의 계약이 보류되는 등 선의의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일부 일본 기획사에서는 한국연예인과 계약을 할 때, 그 부모의 도장을 받아오라는,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를 요구도 있었다고 한다. 상황은 일본에서도 이렇게 악화되고 있다. 일본관련 비지니스를 하는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카라' 사태에 대한 질문을 받느라 대단히 곤혹스럽다고 한다.

이참에 일부 일본 연예관계자는, 일방적으로 일본이 한국연예인들의 '봉'이 될 게 아니라, 한국연예시장도 일본연예인에게 문을 활짝 열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한국 연예 관계자들은 너무 일방적입니다. 이제는 우리쪽에도 문호를 개방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말로는 오픈했다고 하면서도 정작 일본노래가 한국에서 불리는 것을 대단히 꺼려 합니다. 한국언론도 일본대중 문화를 있는 그대로 보도하는 것이 아니라 자극적이고 퇴폐적인 것만 클로즈업 시킵니다. 일본에도 한국노래, 드라마처럼 희로애락이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은데 도무지 그런 기회조차 주지를 않습니다. 그러면서도 일본에서는 악착같이 무대에 서고 엔화를 벌어가려고 합니다. 정말 섭섭하지요." 10여 년 째 한국 연예 관련 일을 하고 있는 이토씨의 얘기다.

상황이 '카라사태'를 넘어 일본연예인들의 한국진출 계기로 탈바꿈하는 양상이다. 만의 하나, 이같은 주장이 앞으로 일본연예 관계자들의 '대다수' 요구로 뭉친다면, 우리는 한국연예산업의 일정부분을 일본에 내줄수 밖에 없다. 이들의 주장이 맞기 때문이다.

문제는 우리 연예계 산업이 일본 대중문화를 맞을 준비가 되어 있느냐 하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일본인들의 말처럼, 일본팬들을 무슨 '봉'처럼 생각하고 일방통행 활동만을 해왔다. 하지만 이도 이제는 여의치 않을 전망이다. '카라' 사태를 계기로 한국진출 요구를 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아무튼 지금 상황에서, 한일 양국 한류산업에 종사하는 이들의 피해를 최대한 줄이려면, 하루빨리 양측이 해결점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앞으로 예정(약속)된 일본 스케줄을 온전히 이행해야 한다. 그래야 추락할대로 추락한 한국연예인에 대한 '신뢰'를 조금이라도 회복할 수가 있다. 그것만이 차선책으로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유재순 yjaesoon@jpnews.kr

<한겨레>가 일본 뉴스 전문 포털사이트 <제이피뉴스>(JPnews.kr)와 제휴해 일본 소식을 전달합니다. 전여옥 의원과 ‘일본은 없다’ 재판을 벌여 지난 1월13일 2심에서 승소한 재일 언론인 유재순씨가 <제이피뉴스>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원문을 보시고자 하시는 분은 아래에 있는 바로가기를 누르시면 <제이피뉴스>의 해당 기사로 이동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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