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비정규직 노동자 비율 추이
고용불안…재정적자…‘일본의 봄’은 멀다
일본의 쇠고기덮밥 체인 마쓰야는 지난 11일부터 1주일간 320엔짜리 쇠고기덮밥의 가격을 240엔으로 내렸다. 대체로 700~800엔 가량인 다른 점심 메뉴의 3분의 1 가격이다. 마쓰야는 지난해에도 여섯 차례나 할인행사를 한 바 있다. 다른 쇠고기덮밥 체인들도 경쟁적으로 할인행사를 하고 있다. 가장 싼 값에 먹을 수 있는 한끼 식사를 내걸고, 이렇게 경쟁이 치열한 것은 일본 사회에 저임금 근로자들이 그만큼 많아졌기 때문이다. 지난 1월 마쓰야가 한시적으로 가격을 내렸을 때, 손님이 그 전보다 23.1%나 늘어났다.
일본 최대의 노동조합 단체인 ‘렌고’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으며 2009년9월 집권한 민주당 정부 들어서도 고용의 질 악화는 계속되고 있다. 일본 총무성 통계국은 지난해 일본의 비정규직 노동자 비율이 2002년 집계 이후 최고치를 보였다고 21일 보고서에서 밝혔다. 보고서를 보면, 일본의 지난해 연평균 정규직 근로자는 3355만명, 비정규직 근로자는 1755만명이었다. 비정규직이 전체의 34.3%에 이르러, 그전 최고였던 2008년보다 0.2%포인트 또 올랐다. 지난해 정규직은 전년에 견줘 25만명 줄어든 반면, 비정규직은 34만명 늘어났다.
세계 금융위기를 맞아 일본 기업들이 정규직보다 파견 근로자들을 먼저 해고(약 32만명)하면서 2009년 비정규직 비율이 한때 감소세를 보였으나, 한해 만에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일본 민주당 정부는 파견을 사실상 무제한 허용하는 현행 근로자파견법을 고쳐, 제조업체의 파견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파견업체가 상시 고용하는 형태의 파견만 허용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기업들이 이에 미리 대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지난해에도 파견 노동자는 12만명 줄었다. 하지만 파트타임 근로자와 아르바이트 사원이 1192만명으로 2009년에 견줘 39만명이나 늘어나는 등 비정규직의 증가세는 여전하다.
도요타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대거 전환하고, 일본우편이 지난해 6500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등 일부 기업에서 비정규직을 줄이려는 자발적인 노력은 있었다. 그러나 사회 전반으로는 파급되지 못했다. 총무성 보고서는 55살 이상 근로자의 거의 절반에 이르는 49.5%가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체 비정규직 가운데 주 35시간 일하는 사람은 685만명으로 39%에 그쳤다. 비정규직은 급여 수준도 낮아서 비정규직 남자의 59.1%가 연수입 200만엔(약 2700만원)에 미치지 못하고, 여자는 100만엔에도 못미치는 사람이 49.2%, 200만엔 미만이 86.1%에 이르렀다.
전반적인 임금 하락은 수요부족에 따른 디플레이션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 내각부가 21일 추정한 것을 보면, 지난해 일본의 총수요는 총공급능력에 견줘 20조엔 가량 모자랐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 |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