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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거대한 파도가 불도저처럼…집·자동차 순식간 싹쓸이

등록 2011-03-11 20:15수정 2011-03-12 04:00

동북부해안 쓰나미로 초토화
미야기현·이와테현 직격탄
논밭·공장지대 수면 아래로
센다이공항 활주로도 잠겨
<엔에이치케이>(NHK) 등 방송들의 화면이 중계하는 11일 일본 도호쿠 지방 연안지역은 대형 재난영화에서나 본 듯한 모습이었다.

일본 열도를 경악에 빠뜨린 대형 쓰나미는 동북부 미야기현과 이와테현 해안지방을 단숨에 삼켰다. 바닷물은 해변을 거쳐 육지 깊숙이 휩쓸었다. 달리던 자동차보다 더 빠른 속도로 파도가 덮치며 집과 논밭, 공장지대는 마치 거대한 불도저에 밀려나듯 순식간에 수면 아래로 빨려들어갔다. 주민들이 얼마나 떠내려가고 죽었는지는 아직 가늠하기조차 힘들다. 일본의 긴급 재난방송은 “되도록 튼튼한 콘크리트 건물의 3, 4층으로 대피하라”는 얘기만 숨가쁘게 쏟아냈다. 예상을 뛰어넘는 대지진과 쓰나미의 급습에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재해대비체제를 갖춘 일본 정부 관계자들도 속수무책이었다.

오후 2시46분께 일본의 대표적인 지진 발생 지역인 산리쿠(아오모리·미야기·이와테현) 바다 밑에서 거대한 지진이 일본 열도를 강타한 지 6분 뒤. 쓰나미의 첫 파도가 미야기현 해안에 도달했다. 50㎝ 높이였다. 한 시간 가까이 지나자 대형 쓰나미의 진면모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번 대지진의 직격탄을 맞은 미야기와 이와테현에선 7m를 넘는 파도가 마을과 도시를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센다이 앞에는 10m가 넘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시간이 갈수록 강력한 에너지를 품은 바닷물이 휩쓸며 사람들의 공포가 더해갔다. 재해상황에 대비해 설치해둔 <엔에이치케이> 카메라는 거대한 쓰나미가 이 일대를 초토화시키는 장면을 생생하게 중계했다. 이와테현 가마이시에선 기우뚱한 선박이 둑에 부딪치고, 마치 거대한 불도저가 밀어내듯 목조주택과 건물, 선박, 자동차 등이 흙탕물에 섞여 휩쓸려갔다.

지진에 익숙한 일본인들이 이번 대지진에 충격을 감추지 못하는 것은 그만큼 강력한 지진의 규모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훨씬 강력한 쓰나미의 가공할 위력 때문이다. 게다가 충분한 대비태세가 갖춰지지 않은 터여서 더욱 큰 피해가 우려된다.


산리쿠 지진은 역사적으로 쓰나미를 동반했다. 이번 쓰나미도 1896년 2만명 이상의 희생자를 낸 메이지 산리쿠 대지진 때와 유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당시 일부 해안지역에선 파도의 높이가 20m를 넘었다. 이 일대 바다 밑에는 부드러운 퇴적물이 대량으로 쌓여 있어 판의 충돌이 상대적으로 느리게 진행되는데, 이에 따라 빠르게 움직이는 지진파보다 바닷물에 훨씬 큰 에너지가 집적된다. 지역신문인 <도오닛포>는 전문가 말을 인용해 “쓰나미의 크기나 피해지역 넓이 모두 10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 최악”이라고 말했다.

쓰나미란 말도 산리쿠에서 유래했다. 1896년 당시 지진에 이은 거대한 바닷물의 습격을 받은 일본인들은 “집채만한 파도가 덮쳤다. 쓰나미다”라고 소리쳤다. 이후 쓰나미가 지진해일을 가리키는 용어로 정착하게 됐다. 이후에도 일본 동북해와 동해에서 쓰나미로 몇천명씩 숨졌으며, 미국 알래스카와 필리핀, 파푸아뉴기니에 이어 2004년 인도네시아 쓰나미로 23만명이 숨졌다.

박중언 기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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