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동북부 대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후쿠시마 시라카와시의 한 주유소에서 13일 오전 기름을 넣으려는 시민들이 몰고온 차량이 길게 늘어서 있다. 이 지역의 주유소는 대부분이 기름 공급을 받지 못해 문을 닫았다.
시라카와/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수백㎞ 공급 끊겨 차들 멈춰서
도로파손 탓 350㎞에 16시간 걸려
도로파손 탓 350㎞에 16시간 걸려
“죄송하지만 기름이 완전히 떨어졌습니다.”
도쿄에서 센다이로 가려고 빌린 승용차의 연료 계기판은 더 아래로 처질 데가 없어 보였다. 일본 미야기현 센다이시로 가는 길에서 주유소를 찾으며 100㎞를 넘게 달렸지만, 수십곳의 주유소 어디에서도 기름을 팔지 않았다. 한 주유소 직원은 “쓰나미가 들이닥친 센다이 쪽에서 기름이 들어왔었는데, 지금은 공급 재개 일정을 알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지진해일이 닥친 지 사흘째인 13일, 가장 극심한 피해를 본 센다이시 인근 수백㎞ 지역에는 석유 공급이 대부분 끊겨 차들이 곳곳에서 멈춰서고 있다. 보리야마 지역의 한 주유소 앞에서는 시민들이 새벽 6시부터 영업 개시를 기다리며 발을 굴렀다. 누군가 “여기서 40㎞ 떨어진 곳에 기름이 남은 곳이 있다고 한다”고 말하자, 차량은 마치 ‘휘발유 난민’처럼 줄줄이 꼬리를 물고 떠났다.
다른 곳에선 한 주유소에서 비축분 공급에 나서자, 차들이 수백m 꼬리를 물었다. 한 대형 백화점 내 주유소에서 석유를 팔기 2시간 전부터 기다리던 주부 히라가 다카코는 “3일째 석유가 공급되지 않고 있다”며 “난방용 등유도 곧 비축분이 바닥난다는 말이 있어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석유 부족과 함께 고속도로 차단도 혼란을 더하고 있다. 정부가 파손과 여진 가능성 때문에 상당수의 철도 노선과 고속도로를 차단한 것이다. 그러나 국도도 깊게 패거나 갈라진 곳이 많아, 도로 관리원들이 수신호로 웅덩이를 피하도록 안내해야 할 만큼 엉망이다. 이 때문에 도쿄에서 350여㎞에 불과한 센다이까지 16시간 이상이 걸렸다. 신호등도 대부분 고장나 사고 위험도 컸다.
이날 센다이로 가는 길에는 대형마트마다 식료품 장바구니를 든 시민들이 100m 이상 길게 줄을 선 모습도 자주 눈에 띄었다. 맥도널드나 요쓰야 등 프랜차이즈 음식점들은 문을 닫았다. 국도 주변 편의점들은 식품류가 매진돼, 뒤늦게 온 시민들은 빈손으로 돌아갔다.
후쿠시마현·미야기현/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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