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원전 사고 역사와 현황, 피해 상황
압력 높아지자 증기 빼내...방사성 물질 포함
방사선량 줄었다가 다시 상승...‘세슘’도 검출
1호기 건물외벽 폭발…“원자로 폭발은 아니다”
방사선량 줄었다가 다시 상승...‘세슘’도 검출
1호기 건물외벽 폭발…“원자로 폭발은 아니다”
긴장 이어지는 후쿠시마 원전
11일 오후 일본열도를 강타한 대지진은 후쿠시마현 동쪽 해안에 있는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에도 치명타를 가했다. 제1원전(6기)과 제2원전(4기)에 있는 모든 발전기가 지진이 일어나자 가동을 멈췄다. 문제는 그 가운데 제1원전 1호기와 2호기로 유입되던 외부 전력이 모두 끊겨 냉각장치에 탈이 나면서 시작됐다. 간 나오토 총리는 이날 저녁 7시3분 사상 처음으로 ‘원자력 긴급사태’를 선포하고, 발전소를 중심으로 반경 3㎞ 안의 주민들을 대피시키도록 지시했다.
시간이 갈수록 상황은 악화됐다. 냉각기능은 이날 밤 완전 마비됐다. 원자로 격납용기 안의 압력이 자꾸 높아지자 일본 정부는 12일 새벽 방사성 물질이 포함돼 있을 수 있는 증기를 빼내기 위해 격납용기 밸브를 열기로 했다. 정부는 새벽 5시 주민 대피 지역을 반경 10㎞까지 확대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방사능이 유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제1원전 정문 근처에서는 평소의 8배에 이르는 방사선량이 검출됐다. 오전 9시10분께가 되자, 제1원전 정문 근처의 방사선량은 평소의 70배로 높아졌다. 두 시간 뒤에는 냉각수의 수위가 낮아지면서 연료봉이 노출되는 사태로 치달았다.
오후 2시께, 유출된 방사성 물질이 세슘으로 판명났다. 이는 노심(연료봉)이 공기 중에 노출돼 녹아내리는 노심용해가 일어났음을 뜻하는 것이었다. 오후 3시36분, 제1원전에서 큰 폭발음이 들리고 건물 외벽이 무너져 내리자, 원자로가 폭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커졌다.
일본 정부는 조사 결과 “원자로 폭발은 아니며, 격납용기 안에서 새어나온 수소가 폭발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는 대피 범위를 반경 20㎞로 또 한차례 확대했다.
똑같은 문제가 제2원전에서도 일어나고 있었다. 12일 오전 7시40분 1, 2, 4호기의 냉각기능이 마비됐다. 제2원전 주변 반경 3㎞ 이내 주민들에게 대피령이 내려졌고, 이어 반경 10㎞로 확대됐다.
제1원전 주변의 방사선량이 줄어들면서 불안은 조금 진정됐으나, 13일 오전 8시 반께 다시 방사선량 수치가 기준치인 시간당 500마이크로시버트를 넘어 시간당 1200마이크로시버트로 높아지는 등 방사능 유출이 재현됐다. 미처 대피하지 못한 주민들 가운데 20여명이 오염제거 조처가 필요한 정도로 방사선에 피폭당한 것으로 확인됐고, 이들을 포함해 200명가량이 피폭당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동안 문제가 없던 제1원전 3호기도 13일 오전 냉각기능이 완전 마비됐다. 에다노 유키오 관방장관은 이날 오후 3시 반께 기자회견에서 “3호기에서도 노심용해가 부분적으로 진행됐을 수 있다”고 인정하고, “수소 압력이 높아져, 전날 1호기에서 일어난 것과 같은 폭발이 일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후쿠시마 원전은 방사성 물질이 대기 중에 대규모로 유출되는 최악의 사태를 과연 피할 수 있을까? 노심용해가 가속화되면서 살얼음 위를 걷는 듯한 불안한 국면은 계속되고 있다.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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