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민 30만명…음식 사려면 2시간 줄서
여진 악몽 속 담요 한장으로 추위와 싸워
여진 악몽 속 담요 한장으로 추위와 싸워
피난소 표정
“부모님과 형을 찾고 있어요.”
유코 아베(54)는 눈물을 흘리면서도 생존자 이름을 적어 놓은 게시판에 눈을 떼지 못했다. 주위에서 어떤 이들은 흐느꼈고, 어떤 이들은 옹기종기 모여 슬픔과 두려움을 나눴다. 유코는 13일 <로이터>에 “휴대전화와 유선전화가 안 돼서 친척들에게 살아 있다고 알리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리쿠젠타카타시 한 초등학교에 다른 생존자 1340여명과 함께 이틀을 뜬눈으로 지새웠다. 지난밤엔 날씨가 영하를 맴돌았다. 전기도 난방도 안 되는 곳에서 담요 한 장으로 추위와 사투를 벌여야 했다.
지난 11일 일본 동북부 해안에서 발생한 대지진과 쓰나미로 간신히 살아남은 이들은 가족들의 생사조차 확인하지 못한 채 슬픔과 불안, 여진에 대한 공포, 식량과 연료 부족으로 인한 고통을 겪고 있다. 쓰나미와 원전을 피해 집을 잃거나 떠나온 이재민은 일본 전역에 30만명이 넘는다.
생존자들은 대지진 이후 계속되고 있는 150여 차례의 크고 작은 여진으로 끔찍한 악몽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어머니를 만나러 하와이에서 센다이로 왔다가 큰 재해를 만난 야수에 슈메이커는 <시엔엔>(CNN)에 “대지진이 있은 뒤에도 계속해서 여진이 있다. 지난밤엔 좀 나았지만, 큰 지진이 또 올 것 같다”며 걱정했다. 방송은 생존자들이 여진의 공포에 떨고 있다고 전했다. 두 딸과 남편의 생사조차 확인하지 못하고 있는 야마기시 시즈코(51)는 <요미우리신문>에 “돗자리 위에 담요를 깔고 잠을 청했지만, 계속되는 여진에 편안히 잠을 청할 수 없었다. 설잠에 들었다가도 악몽에 눈을 뜬다”고 말했다. 그가 머물고 있는 이와테현 야마다초 도요마네 마을회관엔 200명이 피신해 있다.
후쿠시마현에서만 원전 방사능 누출을 피해 20만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했다. 미야기현 오나가와에선 4400명이 쓰나미로 초토화된 집을 버리고 학교와 병원, 여관 등지에 피신했으나 고립돼 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가장 피해가 컸던 지역 중 하나인 센다이시에선 음식을 구하려면 슈퍼마켓에서 2시간 넘게 줄을 서야 한다. 석유를 구하기는 더욱 어렵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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