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전기 대부분 끊기고 전화 불통 잇따라
“건빵으로 버텨”…교민들 영사관으로 대피
“건빵으로 버텨”…교민들 영사관으로 대피
[대지진 현장르포] 센다이
“입학시험을 보러 왔다가 발이 묶였다. 집에 가기 위해 여기서 사흘째 머물고 있지만 기약이 없다.”
13일 센다이 시청 2층 계단에 주저앉아 있는 하라코 헤이(18)는 도호쿠대학교 입학시험을 보러 센다이에 왔다가 지진을 만났다고 했다. 지난 11일 거리를 걷다가 지진을 만났는데 사람들이 모두 패닉 상태에 빠져 우왕좌왕했다고 말했다. “입학시험도 취소됐기 때문에 도쿄 근방에 있는 집으로 돌아가려고 하는데 신칸센도 버스도 모두 없다”며 “여기 앉아서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센다이 시청에는 이재민들이 <엔에이치케이>(NHK)에서 흘러나오는 지진 긴급방송에 귀를 기울이면서 여기저기 멍하니 주저앉아 있었다. 센다이에서 전문학교에 다닌다는 19살 남성은 충전기에 꽂아놓은 휴대전화를 연신 만지작거렸다. 그는 부모님이 이번에 센다이만큼 지진 피해가 심한 후쿠시마현에 사는데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했다. “서점에 있는데 건물이 심하게 흔들려서 즉시 거리로 나왔다. 하지만 부모님이 걱정스럽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센다이 시청 안으로는 계속 재해 지원을 나온 자위대 차량들이 들어오고 있었다. 시청 건너편 공원에는 대형 천막 3~4개가 설치됐다. 이날 대부분 집으로 돌아갔지만, 대형 지진에 놀란 시민들이 시청으로 몰려오자 시청이 임시로 마련한 천막이었다. 천막 앞에 있는 공원의 공중수도에는 시민들이 저녁까지 물을 받으러 왔다. 지진 피해로 물이 끊긴 시민들이 공원으로 물을 받으러 온 것이다. 물뿐만 아니라 전기와 가스가 끊긴 곳이 대부분이며, 통신도 폭주해 전화연결이 잘 되지 않았다. 그나마 연결이 잘 되는 공중전화로 전화를 걸기 위해 시민들은 공중전화 부스 앞에 길게 줄을 섰다.
센다이의 한국 교민들도 아오바구 한국영사관 2층에 긴급 피난했다. 교민 심이현(37)씨는 “지진이 났을 때 차 안에 있었는데 차가 심하게 흔들려 처음에는 고장이 난 줄 알았다. 주위 다른 일본인들도 차 안에서 나오질 않았다. 차 안에서 자는 사람들도 많았다”고 말했다. “집 자체가 무너진 건 아니지만 집 안 집기가 모두 부서지고 깨져 성한 것이 없다”며 “물도 전기도 없어 영사관으로 왔다”고 말했다.
다른 교민들도 사정은 비슷했다. 박아영(34)씨는 “지진 이후 먹을 것이 없어 집에 있는 건빵만 먹고 버티다가 이곳으로 피난왔다”고 말했다. 센다이 시내는 편의점까지 대부분 문을 닫아 먹을 것을 조달하기가 쉽지 않다. 유학생들은 귀국행 비행기를 알아보고 있었다. 도호쿠대학에서 기계공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김우재(32)씨는 “학교 대책본부에서 들으니 한달 동안 학교 문을 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일단 귀국할 생각으로 영사관에 와서 귀국행 비행기편에 관한 정보를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센다이/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