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진뒤 월요일’ 도쿄 대혼란
“열차가 잘 오지 않고, 오더라도 사람이 너무 많아서 도저히 탈 수가 없어요.”
도쿄 신주쿠 역에서 세 살 짜리 아들과 함께 열차를 기다리던 한 주부는 체념한 듯 “걸어가야겠다”며 역을 빠져나갔다. 역 근처 버스정류장과 택시승강장에는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뤘다. 거리엔 자전거를 탄 사람이 크게 늘어났다. 회사까지 걸어서 출근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달리는 사람도 보였다.
대지진 발생 뒤 첫 월요일인 14일 아침, 일본 수도 도쿄의 교통은 또 한번 마비됐다. 승객이 가장 많을 때 수도권 철도 이용객은 267만명에 이른다. 이날 수도권 시민들은 평소대로 문을 연 학교와 회사로 향했지만, 철도가 제대로 가동되지 않았다.
수도권 철도회사들은 전날 밤 도쿄전력이 예고한 ‘계획정전’에 맞춰 철도 운행을 대거 감축해 편성하고 있었다. 이날 오전 단전을 시행하지는 않았지만, 철도 운행은 곧바로 회복되지 않았다. 단전 가능성은 여전했고, 뒤늦게 열차 편성을 늘리려고 해도 운전사와 차장이 제대로 출근하지 못해 철도회사들은 애를 먹었다.
이날 오전 도심으로 향하는 철도 노선은 대부분 운행을 멈췄다. 운행되는 노선도 편성된 차량 수가 평소의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하루 80만명이 이용하는 요코하마 역에선 국철(JR) 4개 노선이 운행을 중단해, 시나가와로 가는 운행 노선에 승객들이 몰려들었다. 오전 8시께는 이 노선을 타려는 승객이 1㎞나 늘어서기도 했다.
도쿄 서부지역의 교통 중심지인 신주쿠 역에선 이날 오전 국철 가운데 도쿄순환선인 야마노테선만이 전구간을 운행했을 뿐 주오센, 사이쿄센이 일부 구간만 운행했다. 오후 들어 소부센 운행이 평소의 10% 가량으로 회복되는 데 그쳤다. 많은 이들이 출근을 포기했다. 경찰청은 이날 오전 9시 현재 요코하마역에 2000명 등 수도권 주요역에 1만2000명이 열차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전했다.
상당수 학교는 긴급 휴교했다. 도쿄도교육위원회는 이날 오전 9시 현재 고등학교 178곳 가운데 72곳이 임시휴교를 결정하는 등 도내에서 모두 130개 학교가 임시휴교를 했다고 밝혔다. 학생이나 교사가 제대로 학교에 오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교통마비로 출근을 제대로 못한 한 회사원은 “11일 퇴근하기 어려웠던 사람들이 이제 출근하기 어렵게 됐다”며 “회사 근처에 숙소를 잡아야 겠다”고 말했다. ‘계획정전’이 오히려 혼란만 부추기자 시민들의 입에선 ‘무계획정전’이란 비판의 목소리도 흘러나왔다. 그러나 출근하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가던 한 여자 회사원은 “센다이에 사는 후배와 연락이 되지 않아 걱정하고 있다, 전기는 지진피해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위해 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마이니치신문>은 전했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