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 잇단 폭발에 ‘통제불능’ 불안감
미군 헬기 100㎞ 밖서 세슘 수집 밝혀
도쿄 근접 도카이원전도 냉각기능 이상
미국 “서부까지 번지나” 전문가 급파
미군 헬기 100㎞ 밖서 세슘 수집 밝혀
도쿄 근접 도카이원전도 냉각기능 이상
미국 “서부까지 번지나” 전문가 급파
“처음엔 지진, 지금은 원자력발전소 사고, 그다음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겠다.”
일본 후쿠시마현에 살다 원전으로부터 200여㎞ 떨어진 도치기현 현청 소재지 우쓰노미야로 피신한 시미즈 히데유키는 13일 자신을 타향으로 내몰은 ‘핵 공포’에 대해 <아에프페>(AFP) 통신에 이렇게 말했다. 함께 피난한 친구 다마다 에리는 “지진에는 익숙하지만 방사능은 정말 걱정된다”고 말했다.
지진과 쓰나미 때문에 망가진 원전들이 2차대전 말기 원자폭탄 피폭 경험을 지닌 일본인들에게 또다른 큰 두려움의 진앙이 되고 있다. 14일까지 발생한 이재민 50만여명 중 20만여명이 방사능을 피해 떠난 사람들이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의 반경 10~20㎞ 안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렸지만, ‘공포의 반경’은 이를 훨씬 넘어선다. 대피령 발령 범위 밖의 주민들도 짐을 싸고 있다. 원전에서 80㎞ 떨어진 후쿠시마현 현청 소재지 후쿠시마시에도 이재민들이 몰려들어 식료품과 연료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인체에 무해할 정도라지만, 방사능이 멀리 퍼지면서 불안도 확산됐다. <마이니치신문>은 후쿠시마 원전에서 120㎞ 떨어진 미야기현 오나가와 원전에서 13일 평소보다 많은 방사능이 측정됐는데, 후쿠시마 원전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미국 국방부도 후쿠시마 원전에서 100여㎞ 떨어진 곳을 비행하던 미군 헬리콥터가 방사성물질 세슘-137을 수집했다고 밝혔다. 두 경우는 오염 범위가 예상보다 넓음을 말해준다. 미국 정부는 방사능이 편서풍을 타고 미국 서부까지 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자 일본에 전문가들을 급파했다.
일본 동부 주민들의 신경이 날카로워진 상태에서 14일 새벽에는 도쿄에서 불과 120㎞ 북쪽에 있는 도카이 제2원전의 냉각기능에 이상이 생겼다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도카이 제2원전 쪽은 “디젤 발전기를 이용하는 바닷물 펌프가 쓰나미 때문에 고장나 다른 펌프로 냉각수 공급을 재개했다”고 설명했다.
방사능 공포가 만들어낸 ‘원자력 난민’은 쓰나미 이재민들과 달리 거주지가 오염되면 다시 돌아가기가 어려워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지금처럼 계속 방사능이 누출되면 수만명의 삶터 복귀가 상당 기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이런 상황에서 160여명이 방사능에 노출됐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오는데도 피해자들 상태를 자세히 알리지 않고 있다. <교도통신>은 15명이 치료를 받고 있다는 게 일본 정부의 설명이라고 전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일본 정부가 방사능 노출 환자들의 갑상선암 예방을 위해 요오드 정제를 처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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