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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해일이 덮칠때마다 동료들이 하나씩 사라졌다”

등록 2011-03-14 20:30수정 2011-03-15 10:39

생존자가 전하는 쓰나미
미나미산리쿠초 정장, 안테나 매달려 구사일생
높이 13m파도에 옥상대피 직원 3분의1만 살아
“젊은 직원들이 하나씩 하나씩 쓰나미에 쓸려 갔어요. 마치 한 폭의 지옥도였습니다.”

동일본 대지진 당시 높이 13m의 쓰나미가 몰아닥쳤던 미야기현 미나미산리쿠초의 사토 진 정장(우리나라의 읍·면 사무소장에 해당)은 13일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끔찍했던 순간을 이렇게 회상했다. 바다에서 3㎞ 정도 떨어진 마을 미나미산리쿠초는 인구 약 1만7300명 가운데 9500여명의 연락이 끊기고 13일 1000여명의 무더기 주검이 발견된 곳이다. 사토 정장은 그날 방재대책청사에 있었다. 이 청사는 1960년 칠레 지진의 쓰나미 피해를 참고해 튼튼하게 지은 3층짜리 콘크리트 건물이었다. 마을 직원들도 “여기라면 괜찮다”고 안심하고 있었다.

하지만 엄청난 쓰나미는 그들의 기대를 무너뜨렸다. 쓰나미는 옥상을 넘어 몰려왔고, 급하게 옥상으로 피한 30여명 중 살아남은 이는 10명뿐이었다. 직원들 대부분이 필사적으로 옥상의 철망에 매달렸으나 해일은 몇차례나 집요하게 이들을 덮쳤다. 직원들은 한명씩 차례로 철망째 뜯겨져 나갔다. 사토 정장은 첫번째 파도에 튕겨 나갔으나 다행히 옥상으로 올라오는 3층 계단의 손잡이를 붙잡을 수 있었다. 옆에 있던 안테나에 매달려 기어 올라간 그는 결국 살아남았다.

사토 정장은 쓰나미가 모두 지나간 뒤 눈앞에서 아내를 두고 나온 집이 파도에 쓸려가는 것을 본 직원이 하염없이 우는 것을 안타깝게 지켜봐야 했다. 13일 아침에야 물이 빠져나간 마을은 폐허로 변해 있었다. 밀려온 배와 집이 기찻길에 올라가 있었고 곳곳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등 처참한 흔적들 뿐이었다. 산산이 흩어진 웃는 얼굴의 가족 사진을 주우러 다니는 사람의 모습도 보였다.

미나미산리쿠초는 체육관에 재해대책 본부를 설치했으나 기능은 마비된 상태다. 복구를 지휘하는 사토 정장은 “괴멸된 지역이 많은데다 쌀과 담요, 물 등 물자가 너무 부족하다”고 긴급지원을 호소했다. “삶과 죽음은 종이 한장 차이지만, 살아남은 우리는 괴로워도 온 힘을 다해 살아갈 수밖에 없다.”

미나미산리쿠초는 1896년 미나미산리쿠 대쓰나미, 1933년 쇼와 산리쿠대지진, 1960년 칠레 대지진 등 쓰나미 피해가 잦아 방파제와 방조제 등으로 방비를 철저히 해 왔으나 예상을 뛰어넘는 대지진의 위력 앞에는 소용이 없었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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