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190대·함정 45척
병력 동원해 지원 ‘온힘’
간 총리 “1만5000명 구조”
피난처들 고립돼 정보차단
식량·생필품 부족 ‘겹시름’
병력 동원해 지원 ‘온힘’
간 총리 “1만5000명 구조”
피난처들 고립돼 정보차단
식량·생필품 부족 ‘겹시름’
일본 정부, 구조활동 본격화
“주변을 지나가는 헬리콥터나 선박들이 나를 보지 못했어요. 오늘이 내 삶의 마지막 날일 거라 생각했습니다.”
지난 11일 일본 동북부 연안을 강타한 지진과 쓰나미에 바다로 휩쓸려갔던 신카와 히로미츠(60)는 표류 이틀만인 13일 해안에서 15㎞나 떨어진 바다 위에서 극적으로 구조된 직후 구조대가 마실 것을 건네주자 울음을 터뜨렸다. 실종자 수색작업을 하던 해상자위대 구축함이 이날 바다 위에 떠있는 지붕 파편 위에 서서 붉은 천조각을 흔드는 신카와를 발견해 구조했다고 일본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후쿠시마현의 작은 도시 미나미소마에 사는 신카와는 지난 11일 오후 2시께 쓰나미 대피 경보가 내려지자 부인과 함께 집을 나섰다가 뭔가를 가지러 다시 집으로 들어갔다. 그 순간 엄청난 쓰나미가 마을을 덮쳤다. “난 지붕 위로 기어올라가 목숨을 건졌지만, 아내는 쓰나미에 휩쓸려가고 말았어요.” 신카와는 꼬박 이틀을 바다 위에서 지붕 조각에 의지한 채 추위와 배고픔과 공포에 떨다가 구조됐지만, 눈 앞에서 사라져간 아내를 생각하면 기가 막히다.
규모 9.0의 초대형 강진이 일본을 덮친 지 사흘째인 14일, 구조 활동이 본격화하면서 극적인 생존과 구조, 가슴 아픈 사연들도 속속 흘러나오고 있다. 일본 정부는 실종자 및 난민 구조를 위해 자위대 병력 10만명과 비행기 190대, 함정 45척을 투입했다. 간 나오토 일본 총리는 지금까지 1만5000여명이 구조됐다고 밝혔다.
주민 1만7300명 중 절반 이상이 연락두절인 미야기현 미나미산리쿠초의 한 마을에선 쓰나미에 휩쓸린 자동차 안에 갇혀있던 3명의 노인이 이틀 만에 구조됐다고 <시엔엔>(CNN)이 전했다. 또 다른 한 여성은 나뭇가지를 붙잡고 버티다가 마침 주변에 떠내려가던 마루 매트를 붙잡아 목숨을 건졌다. 그가 올라탄 매트는 물에 잠긴 건물들 주변을 떠돌다가 구조대에 발견됐지만, 그의 딸은 거친 물살에 휩쓸려가고 말았다. 이 지역 공무원인 다카하스키 쇼신은 <시엔엔>에 “(11일) 쓰나미 경보 발령 때 노인이나 장애인들을 2층에 남겨둘 수밖에 없었던 이들도 있을텐데, 그렇게 남겨진 사람들 대부분은 아마 목숨을 잃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나미산리쿠초에선 13일에만 42명의 생존자가 구출됐지만, 지속되는 여진과 쓰나미 경보로 구조 활동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난민들도 거의 모든 것이 파괴된 열악한 환경에서 힘겹게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다. 도시 전체가 폐허로 변한 이 곳에선 쓰레기더미를 뒤져 옷가지와 전기포트 등 생필품을 건지는 주민들이 많다고 <아사히신문>이 14일 전했다.
이곳 시청 공무원 이와부치 다케히사는 “주민 9000명 정도가 살아남은 것 같다. 이중 3000명은 고지대의 시즈가와 초등학교에, 다른 1000명은 한 스포츠센터에 대피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사히신문> 기자들에게 “많은 피신처들이 고립된 채 정보에서 차단돼 있으며, 무엇보다 식량부족이 심각하다”며 “이 곳의 상황을 빨리 좀 보도해달라”고 당부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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