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미야기현 센다이시 신항구 공단지역에서 14일 오전 공단 관계자들이 지진해일에 휩쓸려 적재된 승용차와 함께 쓰러진 차량운송용 트럭 등을 복구하려고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센다이/박종식 기자
지역라디오, ‘이산가족’ 명단 받아 방송
텐트 꾸려 응급환자 치료하는 의료인도
자매결연 도시들 담요
텐트 꾸려 응급환자 치료하는 의료인도
자매결연 도시들 담요
[대지진 현장르포] 센다이
14일 오전 센다이 아오바구에 있는 <센다이에프엠(FM)> 사옥 앞. 연락이 닿지 않는 지인들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빼곡히 모여 신청서를 작성하고 있었다.
11일 대지진 이후 센다이 곳곳에선 통신이 단절돼 가족이나 친지들이 연락이 닿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곳 지역방송인 <센다이에프엠>에서는 이날부터 연락이 끊긴 가족이나 친지의 명단을 받아 방송을 해주기 시작했다. 일종의 이산가족 찾기 방송인 셈이다.
분주하게 움직이던 프로듀서인 오이카와 료헤이는 “오전 몇시간 만에 100명 이상이 신청했다”고 말했다. 다른 한쪽엔 시민들이 휴대전화를 무료로 충전할 수 있는 장비를 따로 마련해놨다. 상당수 집에 전기가 끊겨 휴대전화 충전을 할 곳은 턱없이 부족하다. 현청과 시청 등에 몰려든 이재민들도 우선 휴대전화 충전기부터 찾기 바쁘다. 지진 사흘이 지나도 통신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없는 가운데, 라디오방송은 이곳뿐 아니라 일본 전국적으로도 사람들이 가장 기댈 수 있는 소통 수단이 됐다. 각 방송국에는 연락이 되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애틋한 사연과 함께 도호쿠 지방의 상황을 알리며 절전 등 협조를 호소하는 이야기들이 꼬리를 문다.
일본 남쪽 오사카에서 날아온 일본적십자사 대원 12명은 센다이에 있는 미야기현청 앞에 텐트를 치고 응급환자들을 치료해주고 있었다. 의사 3명과 간호사 4명이 포함된 적십자사 대원 가운데 한명은 “오사카에서 11일 자동차로 출발해 꼬박 하루가 걸려 다음날인 12일 센다이에 도착했다”고 말했다.
호텔 등이 모두 문을 닫아버려 이들 역시 텐트와 미야기현청 안 피난소에서 간이 담요를 덮고 나눠서 잠을 자야 했다. 적십자사 행정요원 다기가와 요시카즈는 “일본적십자사 오사카지부는 24시간 대기 태세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지진이 나자 바로 출발했다”며 “하루 평균 50여명이 치료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미야기현청 앞에는 센다이에서 야마가타 등 인근 도시로 이동하려는 사람들이 꼬불꼬불 500m 이상 줄을 서 있었고, 버스회사 직원들이 정류장 앞에서 이동 가능한 경로를 안내하고 있었다.
이렇게 스스로 도우려는 일본인들의 손길이 이어지지만, 센다이시 중앙 차원의 자원봉사는 도시 기능이 거의 마비된 탓에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센다이자원봉사센터는 지진 이후 더는 자원봉사 등록을 받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센터 관계자는 “통신 불통 등 여러 여건이 좋지 않아 중앙 차원에서 자원봉사자들을 운용할 여력이 없다”며 “이른 시간 안에 센터를 운영하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센다이/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지진과 해일이 일본 동북부 지역을 강타한 지 사흘이 지난 14일 오전 미야기현 시오가마시 신토미초에서 주민들이 물이 빠지지 않은 도로를 힘겹게 걷고 있다. 시오가마/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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