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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50대교민 “땅이 춤췄다…무서워 맨발로 뛰쳐나왔다”

등록 2011-03-14 21:22수정 2011-03-15 10:35

지진과 해일이 일본 동북부 지역을 강타한 지 사흘이 지난 14일 오전 미야기현 시오가마시 신토미초에서 주민들이 물이 빠지지 않은 도로를 힘겹게 걷고 있다.  시오가마/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지진과 해일이 일본 동북부 지역을 강타한 지 사흘이 지난 14일 오전 미야기현 시오가마시 신토미초에서 주민들이 물이 빠지지 않은 도로를 힘겹게 걷고 있다. 시오가마/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당시 신었던 양말 보여주며 아찔한 순간 전해
일본 온지 하룻만에 다시 귀국 결정한 사람도
한국대사관, 매일 교민 수송용 차량 제공키로

왼쪽부터 조기원 기자, 홍석재 기자, 박종식 기자.
왼쪽부터 조기원 기자, 홍석재 기자, 박종식 기자.
[대지진 현장르포] 센다이

“땅이 너무 엄청나게 흔들려서 신발도 안 신고 무조건 뛰었습니다.”

무역 관련 업무로 4개월째 일본에 머물던 ㅂ업체 대표 장세국(53)씨는 대규모 강진이 일본을 급습했던 지난 11일을 이렇게 기억했다. 장씨는 자신이 근무하던 일본 미야기현 오히라무라 지역 사무실 바닥이 출렁이자, 양말만 신은 채 무작정 밖으로 나와 대피소로 뛰었다고 했다. 그는 당시 신었던 양말을 내보이며 “지진 당시 땅이 말 그대로 춤을 췄다”며 “이것 저것 상황 파악을 하느라 시간을 허비했으면 지금 어떻게 돼 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14일 가까스로 오히라무라를 빠져나온 장씨는 이날 새벽부터 고속버스 2차례, 지하철 1차례를 타고 센다이시 한국 총영사관을 찾았다. 이날부터 주일 한국대사관이 교민들의 안전 지대 이동에 본격적으로 나선 만큼, 이곳으로 지원되는 중·소형 버스 한대씩을 통해 귀국을 서두르기 위해서였다.

장씨는 묵고 있던 호텔 건물 일부가 무너지는 등 상당수 건물이 크게 파손된 탓에 큰 지진이 잦아든 뒤에도 여권이 든 가방 하나를 빼고 다른 짐은 챙겨올 엄두도 못냈다고 했다. 지진 발생 나흘만인 이날 아침 통화가 재개된 휴대폰에는 자녀들이 생사를 염려하며 보내온 애틋한 문자들이 도착해 있었다. 그는 “너무나 무서운 경험이었고, 지금도 불안한 마음이 가시질 않는다”며 “그나마 나처럼 가까운 거리에 있는 사람 말고 고립된 사람들이 많은데, 우리 외교부가 그들을 찾는 데 힘을 더 썼으면 한다”고 말했다.


미야기현 오히라무라에서 양말만 신은 채 가까스로 탈출한 장세국씨가 14일 센다이총영사관에서 자신의 양말을 보여주고 있다.
미야기현 오히라무라에서 양말만 신은 채 가까스로 탈출한 장세국씨가 14일 센다이총영사관에서 자신의 양말을 보여주고 있다.
센다이 총영사관에 꾸려진 대피소에는 장씨처럼 안전한 지역으로 대피를 원하는 교민 130여명이 ‘귀국 희망·이송 신청’을 했다. 이날 센다이시는 해안가로 쓰나미가 밀려온다는 소식이 전해진데다, 원자력발전소 붕괴에 따른 방사능 노출 가능성, 여진 등으로 3중고를 겪고 있었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류민씨는 “전기가 안들어오고, 너무 무서워서 일도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이어서, 직원 등 6명이 함께 빠져나갔다가 안전이 확실해지면 돌아오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한국말을 배우고 있다는 재일교포 2세 정이치로씨도 “지진 하루 전, 한국에서 고향 센다이로 왔는데, 너무 위험해서 곧바로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기로 했다”며 “70년간 일본에서 살면서 지진이 무서운 줄 몰랐는데, 12층에 있는 집이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이렇게 지독히 흔들리는 경우는 처음”이라고 했다.

이날 주일 한국대사관은 어린이, 노약자, 동반자를 우선 순위로 모두 28명을 육지 방향으로 승용차로 5시간 이상 떨어진 니가타로 이동시켰다. 대사관 쪽은 남은 이송 희망자들을 위해, 매일 한차례 이상 교민 수송용 이동 차량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센다이/글·사진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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