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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담요 1장 7명이 나눠덮고…영하의 밤 ‘추위와 싸움’

등록 2011-03-15 19:43수정 2011-03-16 08:57

눈 예보까지…난방 못해 저체온증까지 우려
병원선 환자에 식사 못주기도…절약 안간힘
“수색·구조 정보 없어…앞날 막막해 두려워”
고통 겪는 피난민들

“추워서 3시간밖에 자지 못했어요. 1개의 큰 담요를 7명이 나눠 덮었습니다.”

일본 이와테현 오후나토시 북초등학교로 피난온 다나카 요츠코(72)는 지진 4일째인 14일 밤을 이렇게 추위에 떨며 거의 뜬눈으로 보냈다. 이 곳에는 400명의 피난민이 모여 있는데, 가솔린 발전기로 만든 전기를 모두 전기난로에 쏟아부어도 추위는 가시지 않았다. 연료는 금방 바닥났고 실내기온은 0도까지 떨어졌다.

동일본 대지진으로 10개현에서 50만명이 넘는 피난민이 발생했으나 상당수가 구호물자 부족으로 고통받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동북부 지역의 기온이 예년보다 더 떨어지고 있어 추위에 따른 추가 피해도 우려된다.

이와테와 미야기, 후쿠시마현 등 집중 피해를 입은 지역은 아침기온이 계속 영하를 기록하는 가운데 15일 밤부터는 눈마저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 대표적인 피해지역인 이와테현 미야코시는 16일 아침 영하 1도, 18일에는 영하 5도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보되고 있다. 아침 기온은 주말이 돼야 영상을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 이 지역은 대부분 정전 상태라 난방을 할 수 없는데다 담요 등 추위를 막을 수 있는 구호물자도 부족한 상태다. 저체온증에 의한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체온이 35도 이하로 내려가는 저체온증은 증세가 나타나면 2시간 만에 사망할 수도 있는 치명적인 증상이다.

식량과 약품도 턱없이 부족하다. 이와테현 미야코시의 현립미야코병원에서는 14일 이후 환자에게 식사를 주지 못하고 있다. 분유도 15일 하루치밖에 남지 않았다. 현 관계자는 “통신 상태가 안좋아 상황 파악이 힘들다. 배송도 지체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진 발생 다음날부터 후쿠시마현 소마시 등에서 구호활동을 한 나가하마적십자병원의 나카무라 도모아키(42)는 “피난소에는 사람이 너무 많이 몰려서 물, 음식, 의약품 등 모든 것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와테현 리쿠젠타카나시 특별요양노인홈으로 피신한 와카마츠 사이치(85)는 <마이니치신문>에 “집에 심장약을 두고 왔는데 파도에 휩쓸려 가버려 4일간 약을 먹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곳에서는 구하기 어려운 기저귀의 교체 횟수를 줄이는 등 물자 절약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피난민들을 가장 괴롭히는 것은 추위나 배고픔보다는 ‘막막한 앞날’이다. 미야기현 센다이시 긴급구호소에 머물고있는 카오리 오하시(39)는 <아에프페>(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수색과 구조가 어떻게 돼가고 있는지, 또 우리에게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다”며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것이 가장 두렵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도 수색·구조에서 피난민 지원으로 조처의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간 나오토 총리는 15일 오후 긴급재해대책본부 회의에서 “피난민 지원으로 점점 비중을 옮겨 가지 않으면 안된다”며 “추위 속에서 음식과 물, 연료를 기다리는 이들의 지원에 전력을 다해 달라”고 지시했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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