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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엄마…딸…찾아요” 피난처벽 메모 다닥다닥

등록 2011-03-15 20:32수정 2011-03-16 08:27

생존자 명단 앞 ‘북새통’
이름 못찾은 사람들 통곡
잃어버린 생후넉달 아기
잔해속 찾아내는 기적도
애타는 이산가족들

“기자죠? 제발, 제 딸 소식 좀 부탁해요.”

오가타 고헤이(74)는 <마이니치신문> 기자를 붙들고 애원했다. 미야기현 히가시마쓰시마시 노비루에 사는 그는 14일 44살의 딸을 애타게 찾고 있었다. 딸이 몰던 차를 찾았으나, 안에는 딸의 우산만이 있었다.

지난 11일 지진해일(쓰나미) 경보를 듣자마자 오가타와 그의 딸은 집에서 나와 높은 곳을 향해 각자 차를 몰았다. 하지만 쓰나미가 오가타의 차를 덮쳤다. 그는 차에서 나와 나무 파편을 붙잡고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하지만 나흘째 딸은 감감무소식이다.

일본 동북부 해안에서 발생한 대지진에 이은 쓰나미에서 운좋게 살아남은 이들은 ‘살았다’는 기쁨과 안도보다, 가족과 친척의 생사를 확인하지 못하는 이산가족의 고통과 불안에 잠겼다.

가장 큰 희생자를 낸 미야기현의 오쓰카 모토 대변인은 <인디펜던트>에 “상점에서 식량이 동나, 우리가 이재민들에게 물과 빵, 담요를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 대부분의 가장 큰 관심은 가족들과 연락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통신과 도로가 끊긴 곳이 많아 생사 확인이 여의치 않다. 이재민 700여명과 함께 미야기 현청사에 피신한 구로사와 노리토는 생존자 명단을 붙여놓은 게시판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그는 “엄마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 집 인근에서 산사태가 났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엄마가 거기 묻히지 않았는지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청사에 있는 생존자들은 혹시나 가족들의 소식을 찾을 수 있을까 신문을 빼놓지 않고 읽는다. 11일 밤부터 피난처가 마련된 현청사와 학교, 시민회관 등지로 가족의 생사를 확인하려는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미야기현 남부 나토리 시청엔 41곳에 마련된 임시 피난처에 안전하게 도착한 8340명의 생존자 명단을 붙여놨다. 수십명이 가족과 친구를 찾느라 좁은 복도는 북새통이었다고 <뉴욕타임스>가 14일 전했다. ‘○○○를 찾는다’는 메모지 수백개가 게시판과 벽에 나붙었다.

와타나베 미카코(26)는 두 살 어린 여동생과 함께 어머니를 찾고 있었다. 간호사인 어머니는 쓰나미가 덮칠 무렵 야간근무를 마치고 집에 있었다. 그들은 ‘와타나베 유리카를 찾고 있습니다. 이 글을 보시면 연락주세요’라고 적은 메모지를 벽에 붙였다. 옆에선 한 여성이 여동생 이름이 생존자 게시판에 없다며 통곡했다. 사람들 틈 속에서 가끔씩 ‘재회’의 기쁨을 알리는 환호성도 들렸다.

절망 속에서 극적 구조와 재회 소식도 나오고 있다. 영국 <데일리 메일> 인터넷판은 14일 “일본 자위대원들이 미야기현 이시노마키에서 산산조각이 난 집을 돌면서 수색을 벌일 때, 건물 잔해 속에서 울고 있던 아기를 구했다”며 “작은 기적이었다”고 보도했다.

넉달된 젖먹이를 잃은 줄 알고 며칠간 제정신이 아니었던 부모는 기쁨에 눈물을 흘렸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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