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재
원전코앞 니혼마쓰 주민들 ‘노출검사’에 긴장
체육관에 마련된 대피소엔 220명 공동생활
체육관에 마련된 대피소엔 220명 공동생활
[대지진 현장르포] 후쿠시마현 홍석재 기자
‘30㎞ 권내까지 옥내 피신. 원자력 발전소 반경 20㎞ 접근 금지.’
15일 일본 후쿠시마현 니혼마쓰시로 가는 길에는 방사선 노출 위험 지역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이정표가 곳곳에 설치됐다. 이날 오전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2호기에서 또다시 폭발이 일어났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원전에서 불과 50㎞밖에 떨어지지 않은 니혼마쓰에는 적지 않은 긴장감이 돌았다. 게다가 오전부터 때 아닌 비가 내렸다. 눈·비에 소량이나마 방사능이 섞일 수도 있다는 기상예보도 나왔다. 니혼마스 시내로 진입하기에 앞서 현지에서 얼굴 등 피부를 감쌀 비닐봉투와 장갑 등을 준비했지만 ‘혹시…’ 라는 불안감을 완전히 떨칠 수는 없었다.
이날 도쿄 등 수도권으로까지 방사선이 퍼진 상황에서 원전 코 앞에 위치한 니혼마쓰는 방사성 물질 누출 피해의 직접 영향권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곳 주민들은 대체로 평상심을 유지한 채 침착해 보였지만 도시 전체는 어딘가 가라앉은 느낌이었다. 시내의 보건소 격인 ‘니혼마쓰 남녀위생센터’에선 주민들이 방사성 물질 노출 검사를 받느라 분주했다. 보건소엔 자위대 요원들이 파견나와 방사선 검사 등 방역 작업을 서두르고 있었다. 지역 주민들은 삼삼오오 모여 걱정을 나누고 있었다. 대부분의 주민들은 검사를 받고서 안도하는 모습이었지만, 그래도 불안감을 완전히 떨치지는 못하는 모습이었다. 한 주민은 “주민 대부분이 검사를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불안하기는 하지만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니혼마쓰시 시로야마 지역에 있는 제2체육관 내 이재민 대피소를 찾았다. 이 곳은 다른 곳과 달리 이번 강진과 쓰나미로 직접 피해를 입은 주민을 따로 모아둔 곳이다. 쓰나미 피해에 이어 방사선 공포까지 이중의 고통을 겪고있는 이들이다. 해안가 주변에 살던 220여명이 커다란 실내체육관에 최소한의 생필품을 갖고 이번 지진으로 인한 피해 상황이 빨리 정리되기를 바라고 있었다. 식사가 모두 제공되고, 담요 2벌과 대형 온풍기 등 난방을 제공하고 있지만 큰 피해를 당하고 피난민 신세가 된 주민들은 고충을 토로했다.
86살 노모와 아내를 데리고 피난소로 왔다는 야베 카즈야씨는 “지진 뒤 쓰나미가 올 당시 멀리서도 물보라 구름처럼 하얗게 밀려오는 게 보일 정도였는데, 수많은 친구나 친척들과 연락이 닿지 않아 걱정”이라며 “쓰나미보다 더 무서운 게 방사능이다. 보이지도 않는 위험물질인데다, 도망갈 수도 없다”고 했다. 그는 사실상 공급이 끊긴 휘발유만 확보되면 곧바로 센다이에 사는 딸한테 갈 거라고 했다. 체육관을 관리하는 시청 공무원은 “석유와 먹을 건 시청에서 보내주고 있는데 부족하지는 않다”면서도 “모두 돌아갈 수 있는 상황이 될 때 피난소를 폐쇄한다는 방침만 있을 뿐”이라고 했다.
니혼마쓰시청의 스기노매 지점에서는 지역 주민들에게 물을 나눠주고 있었다. 니혼마쓰시 수도청에서 나온 한 직원은 “주민들이 꼭 필요한 양을 자발적으로 달라고 해 가져가는데, 대부분 하루 10리터 안팎을 가져간다”며 “샤워 같은 건 아직 생각도 못하지만 질서가 잘 지켜지고 있다”고 했다.
후쿠시마/글·사진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15일 일본 후쿠시마현 니혼마쓰시 제2체육관 대피소에서 이재민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폭발이 일어난 후쿠시마 원전에서 불과 50㎞ 떨어진 이곳의 주민들은 쓰나미 피해와 방사성물질 누출 공포라는 이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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