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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빽빽한 주검들 사이서 딸 찾자 “믿고싶지 않아…”

등록 2011-03-15 21:46수정 2011-03-16 08:59

일본 동북부 대지진 피해 현황
일본 동북부 대지진 피해 현황
체육관 맨바닥에 1천여구 시신 그대로
후생성 “허가증 없어도 화장·매장하라”
임시 주검안치소 현장

“차라리 내가 대신 죽었더라면…”

15일 일본 동북부 미야기현 리후초 현종합체육관. 지진해일로 사망한 주검들의 임시안치소로 뒤바뀐 체육관에서 딸의 주검을 발견한 단노 지카오(77)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목놓아 울음을 터뜨렸다. 딸은 센다이 시내 회사에서 다가조시 집으로 돌아오던 중 지진해일을 만났는지 부서진 차 안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40대 중반의 딸은 초·중·고생인 세 아이를 둔 엄마였다. 단노는 “착실하고 좋은 엄마였는데, 아이들만 남겨두고 먼저 떠나서 어떻게 하냐”며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서 있기만 했다. 이곳 체육관에는 단노의 딸을 비롯해 센다이시와 와카바야시구, 다가조시, 시오가마시 등에서 지진해일로 숨진 주검 수백구가 임시 안치돼 있었다. <산케이신문>은 이날 찬 비가 내리는 가운데도 실종된 가족을 찾는 불안한 표정의 사람들로 하루종일 체육관이 북적거렸다고 전했다.

졸업식이 열렸어야 할 학교 강당과 뜨거운 함성이 가득했어야 할 경기장은 이제 임시 주검안치소로 변해버렸다. 전광판에는 점수 대신 주검들의 이름이 즐비했다. <에이피>(AP) 통신 등 외신들은 지진과 해일이 강타한 일본 동북부에서 주검들이 속속 발견되면서 이를 안치할 영안실과 화장터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전했다.

후쿠시마현 소마 지역의 경우, 화장시설이 단 한 곳뿐이다. 그것도 하루에 18구 정도의 주검만 처리할 수 있는 규모다. 후생노동성 관계자는 “화장시설이 처리 용량을 넘어서서 다른 지역에 협조를 구해야 할 형편”이라고 말했다.

미야기현 이시노마키시의 상황도 비슷하다. 이곳에선 병원의 영안실이 넘쳐나는 주검을 감당할 수준을 넘어서자 시립체육관을 임시 주검안치소로 사용하고 있다. 1000여구의 주검들은 냉동처리도 못한 채 딱딱한 체육관 바닥 위에 뉘어져 있었고, 실종자 가족들은 빽빽한 주검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가족을 찾기에 여념이 없었다고 <에이비시>(abc) 방송이 전했다.

주검 운반용 부대와 관도 동이 났다. 이번 지진과 해일의 최대 피해지역 중 하나인 이와테현의 관리 사토 하지메는 “주검 운반용 부대와 관 등이 필요량의 10% 정도로 턱없이 부족해 다른 지역 장례식장에 도움을 청해야 할 형편”이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일본 후생노동성은 14일 주검을 화장이나 매장을 하기에 앞서 우선 지역 당국의 허가를 받는 제도를 임시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후생노동성은 1995년 한신대지진 때 이런 특례조처를 취한 바 있다.

한편, 일본 경찰청은 15일 오후 3시30분께 사망자 수가 2722명이라고 공식 집계했다. 하지만 이 수치는 정부 당국과 경찰이 현장 확인을 한 수치에 불과해 실제 사망자는 1만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가 공식 집계한 사망자 가운데 신원이 밝혀진 사람은 1060명이고, 이 중 420명의 주검만이 가족의 품으로 인계된 상태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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