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일본

마을 전체가 거대한 쓰레기장…건물 형체조차 안남아

등록 2011-03-15 21:52수정 2011-03-16 08:42

조기원 기자
조기원 기자
주민 1만7300명중 8000여명 연락두절
피난민들은 체육관·관공서 등 흩어져
“사흘동안 고립돼 있다 오늘 첫끼 먹어”
대지진 현장르포 미나미산리쿠초 조기원

“피난방송을 듣고 바로 1층에서 3층까지 뛰어올라가서 간신히 목숨을 건졌어요. 순식간에 해일이 모든 것을 휩쓸고 지나가버렸죠.”

15일까지도 주민 1만7300명 중 8000여명이 연락두절 상태인 미야기현 미나미산리쿠초. 주민 오노에라 기요미(54)는 나흘 전 ‘그 순간’을 고통스런 표정으로 이야기했다. “내가 있던 곳은 비교적 바다에서 먼 곳이라 방심하다가 당한 사람들이 많아요. 쓰나미가 오기 며칠 전에도 진도 6의 지진이 한번 있었는데 문제가 없었으니까.” 그는 지진 발생 뒤 대피소로 쓰이고 있는 체육관에서 지내고 있다.

미나미산리쿠초는 지난 11일 지진해일 피해가 얼마나 심각했는지를 한눈에 알 수 있을 만큼 처참했다. 나흘이 지났지만 아직도 자동차는 종잇장처럼 구겨져서 뒤집혀 있고, 형체도 남지 않은 건물이 많았다. 무너진 건물 잔해는 도로까지 치고들어와 있으며, 지금까지도 연기가 피어오르는 곳이 있었다. 정박해 있던 작은 배는 육지로 밀려들어와 뒤집혀 나뒹굴고 있었다. 마을 전체가 거대한 쓰레기장처럼 보였다. 구조대 헬리콥터가 하늘을 날고 구급차가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남성 주민은 2m가 넘는 나무를 가리키며 “저 나무만큼이나 물이 들어왔었다”고 말했다.

주민 스가와라 나쓰코(56)는 “피난 방송을 듣고 가족들과 함께 간신히 몸만 빠져나왔다”며 “집은 완전히 없어졌다. 이웃주민 중 늦게 피난한 사람은 물에 휩쓸려 갔다”고 말했다.

폐허로 변한 집 지진해일이 마을 전체를 강타해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한 일본 미야기현 미나미산리쿠초에서 15일 오후 아이를 안은 한 가족이 폐허로 변한 집 주변을 살펴보고 있다. 미나미산리쿠/박종식 기자 <A href="mailto:anaki@hani.co.kr">anaki@hani.co.kr</A>
폐허로 변한 집 지진해일이 마을 전체를 강타해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한 일본 미야기현 미나미산리쿠초에서 15일 오후 아이를 안은 한 가족이 폐허로 변한 집 주변을 살펴보고 있다. 미나미산리쿠/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집이 비교적 고지대에 있었던 덕에 목숨을 건진 경우가 많았다. 주민 슈오 시즈오는 “집이 고지대라 목숨을 건졌지만 사흘 동안 고립되어 있다가 오늘 대피소에 와서 처음 밥을 먹었다”고 말했다. 51살 또다른 남성 주민도 “트럭 안에 있었는데 지대가 비교적 높아서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미나미산리쿠초 주민들이 대피하고 있는 체육관 앞에는 무료 공중전화가 놓여 있고, 한쪽에는 실종된 가족들을 찾는다는 쪽지가 붙어 있었다. 부슬부슬 내리는 빗속에서 애타게 가족을 찾는 쪽지들을 읽었다. 모든 것이 사라져도, 가족만 살아있으면 된다는 이들의 절절함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주민들은 체육관뿐만 아니라 근처 관공서 등 이곳저곳에 흩어져 피난해 있다. 일부는 미나미산리쿠초에서 약 30㎞ 떨어진 도메시청까지 걸어서 피난을 가기도 했다.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어 무조건 걷다 보니 도메시청까지 와버렸다”고 한 주민은 말했다. 미야기현 중심도시인 센다이에서는 15일 전기와 수도가 들어오는 곳이 늘고 있지만, 미야기현 북부에는 수도와 전기가 거의 없다. 게다가 기온은 밤이 되면서 영하 가까이 떨어지며 비가 눈으로 바뀌었다. 도메시청 앞에는 15일 물을 배급받기 위해 물통을 들고 기다리는 이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이 어려움을 이들이 꼭 극복할 것임을 믿는다. 하지만 살아남은 자에게도 지금 이 순간 현실은 너무나 힘들어 보였다. 평생 3월11일의 트라우마를 안고 살지도 모를 이들을 어떻게 위로해줄 수 있을까.

미나미산리쿠/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