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째 폭발…‘핵붕괴’ 과정 대량 누출 우려
“1호기 연료봉 70%·3호기 33% 파손” 추산
“1호기 연료봉 70%·3호기 33% 파손” 추산
지진 피해로 방사성 물질이 유출되고 있는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3호기 사용후 핵연료 저장소에서 수증기가 올라오고, 4호기에서도 2차 폭발이 일어나는 등 16일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사용후 핵연료(폐연료봉)를 냉각보관하는 저수조가 과열될 경우 폐연료봉을 감싼 지르코늄 피복이 녹으면서 핵붕괴(방사성붕괴)로 나온 다량의 방사성 물질이 대기로 방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본 정부는 이날 수증기를 뿜어낸 3호기의 사용후 핵연료 수조에 헬기로 물을 퍼붓기로 했으나, 상공에 방사선량이 너무 많아 단념하는 등 위기수습에 진전을 거두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원전 주변의 방사선량은 전날보다 뚜렷이 높아졌다. 대책본부는 경찰청에 소방호스를 이용한 냉각수 주입을 긴급히 요청했다.
그동안 원자로에만 문제가 있었던 3호기에서는 이날 사용후 핵연료 저장 수조에서 수증기가 올라왔다. 일본 정부는 수조의 수위가 낮아진 까닭으로 보고, 폐연료봉 안의 핵물질들이 핵붕괴를 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방사성 물질이 폭증하는 위험한 상황을 막기 위해 항공자위대에 헬기로 물을 쏟아붓도록 요청했다.
그러나 항공자위대는 상공의 방사선 수치가 높아 피폭 위험이 커서 이날은 작업을 단념했다. 헬기를 이용한 냉각수 투입이 어려워진 뒤 경찰청은 대책본부의 요청에 따라 지상에서 소방호스로 물을 채우기 위해 경찰기동대에 이날 밤 출동 지시를 내렸다.
전날 폭발이 일어나 건물에 큰 구멍이 뚫린 4호기에서도 이날 아침 두번째 폭발이 일어났다. 도쿄전력 쪽은 4호기의 사용후 핵연료 저장소에 물이 끓어 수위가 낮아지고 연료봉이 공기에 노출됐을 수 있으며 재임계 상태로 핵분열 연쇄반응이 재개될 가능성이 “0은 아니다”라고 이날 밝혔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이런 문제는 3호기에서도 유사하게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아사히신문> 인터넷판은 16일 “14일과 15일 한때 중성자선이 검출됐다”며 “중성자선은 핵분열이 일어났을 때 나오지만 검출 원인은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에다노 유키오 관방장관은 사용후 핵연료의 핵분열 연쇄반응 가능성에 대해 “그것을 상정해 대응할 필요는 없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에다노 유키오 관방장관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제1원전 정문 근처에서 오전 한때 시간당 10밀리시버트(1만마이크로시버트)의 방사선이 검출돼 복구작업을 중단하고 대피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도쿄전력 집계를 보면, 이날 원전 정문 부근의 방사선량은 오전 10시40분께 시간당 10밀리시버트, 낮 12시30분께도 10.9밀리시버트로 올라가는 등 전날보다 뚜렷이 증가했다. 이 때문에 복구작업이 한때 중단됐다. 에다노 장관은 “주민을 밖으로 대피시킨 원전 주변 반경 20㎞ 안 지역에서 검출된 방사선량은 인체에 직접 해를 줄 정도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요미우리신문>은 도쿄전력이 1호기의 연료봉은 70%, 3호기는 33% 파손된 것으로 추산했다고 전했다.
이날도 희생자 수는 계속 늘어, 사망자와 행방불명자가 합계 1만2000명을 넘어섰다. 아키히토 일왕은 이날 오후 4시 텔레비전에 나와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은 사람이 무사한 게 확인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했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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