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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헬기 물투하도 불발…핵위기 멈출 ‘최후카드’ 안보인다

등록 2011-03-16 20:40수정 2013-01-24 09:03

후쿠시마 제1원전 상태 및 대응, 인력투입 현황(※이미지를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3호기 수증기 계속 유출…4호기 추가 폭발
방사능 누출 급증에 접근 어려워 ‘속수무책’
도쿄전력, 송전선 가설로 냉각장치 복구 추진
원전 최악상황에 해법 안갯속

후쿠시마 원전 사태가 갈수록 악화하고 있으나 마땅한 대응책이 없어 일본 정부가 막다른 골목으로 몰리고 있다. 16일 고심 끝에 결정한 헬리콥터 이용 ‘급수작전’도 강력한 방사능 누출 때문에 단념할 수밖에 없었다.

현재 후쿠시마 원전은 크게 두 가지 형태의 위기에 봉착해 있다. 1~3호기에선 노심이 녹아내리고 연료봉이 공중에 노출돼 방사능 누출이 급속히 늘고 있다. 16일 원전 주변에서 급증한 방사선은 2호기에서 새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압력용기와 이어진 격납용기 내 압력제어실에서 폭발이 일어나 생긴 틈이 원인이다. 일본 정부는 바닷물 급수가 계속되고 있지만 2호기의 냉각수 수위가 올라가지 않는 점을 그 근거로 보고 있다. 들어간 물이 고열로 인해 증발한 뒤 방사능을 품은 채 이 틈으로 새나간다는 것이다. 방사능 누출이 계속될 전망이지만, 현재로선 사람이 직접 투입되지 않고선 틈을 메울 방법이 마땅치 않다.

3·4호기 상황은 더 시급하다. 냉각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아 사용후 연료봉 수조의 냉각수가 증발하고 있다. 4호기에선 보통 40℃인 냉각수의 온도가 84℃까지 올라간 것으로 확인됐다. 두 곳에는 각각 514, 783개의 연료봉이 들어 있다. 냉각수가 더 증발하면 연쇄반응을 막는 제어물질이 사라짐으로써 연료봉 내 플루토늄이 빠른 속도로 일어나 엄청난 방사선을 내놓을지도 모른다.

일본 정부가 이날 오후 헬기 급수작전을 결심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방위청은 애초 자위대원들의 피폭 위험이 높고, 운반할 수 있는 물의 양이 많지 않다는 점 등을 들어 난색을 보인 바 있다.

일본 정부는 이날 저녁 경찰에 고압 방수차로 지상에서 물을 뿌리는 방안을 지시했으나 이 또한 효과를 장담하기는 어렵다. 누출된 방사선 때문에 경찰 기동대원들이 현장에 얼마나 가까이 접근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실제 육상자위대는 자신들의 화생방전용 방호복으로는 고농도 방사선을 막을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15일 예정됐던 원자로 냉각 지원 작업을 중단했다. 더욱이 자위대는 물론 경찰도 방사능 누출이라는 비상 상황에 대한 경험이나 노하우가 전혀 없는 실정이다. 계기들이 부서지고 방사능 때문에 이동이 제한돼 정확한 상황 파악에 시간이 걸리는 것도 대응을 더 힘들게 한다.

바닷물 투입에도 식지 않는 1~3호기의 원자로 냉각을 위해서도 관련 기술인력의 현장 접근이 필요하다. 도쿄전력은 송전선을 가설해 외부에서 전기를 끌어오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지만 별 진전이 없다. 도시바와 히타치 등 관련 업체는 정부의 요청을 받고 비상용 전원 가동을 위한 위기대응팀을 구성해 대기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원자로 냉각이든, 사용후 연료봉 수조의 냉각수 보급이든, 사람들이 직접 뛰어들지 않으면 해결이 불가능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현장의 방사능 오염 위험은 심각하다. 원자로의 상태를 감시하는 요원들은 보호벽이 갖춰진 중앙제어실의 상주 근무를 피하고 부정기적으로 데이터를 확인하는 데 그치고 있다. 목숨을 건 결사대의 투입이 마지막 카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간을 더 끌다가는 상황이 더 악화할 수도 있다. 그 고뇌에 찬 결단을 누가 내릴 것인지 일본은 물론 전세계가 주시하고 있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박중언 기자 jeje@hani.co.kr

재앙 막을 수 있다면…목숨 건 ‘원전의 50인’

“죽는 것은 두렵지 않다. 이것은 우리의 소임이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에 최후까지 남아 사투를 벌였던 이른바 ‘후쿠시마 50’의 한 사람은 친구인 일본 정부 관계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 말을 전해들은 미국 <시비에스>(CBS)의 일본 특파원 짐 액설로드는 “한줌밖에 안 되는 그들은, 목숨을 백척간두에 놓고 얼굴도 모르는 수많은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그들의 소임을 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방사성 물질 유출이 본격화되면서 이곳에 남아 있던 도쿄전력의 직원 50여명과 현장에 투입된 자위대 등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미 상당량의 방사선에 노출됐을 것이 틀림없는 현장직원들은 14일 800여명의 직원들이 원전을 빠져나간 뒤에도 남아 원자로를 식히기 위한 작업을 계속했다. <인디펜던트>는 “그들은 무거운 산소통을 둘러메고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한줄의 플래시 불빛에 의지한 채 작업을 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들의 신원에 대해서는 거의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일부는 남는 것을 자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 타임스>는 원자로 운전원은 소방관이나 군간부와 마찬가지로 뛰어난 사명감을 가진 직군이라고 보도했다. <인디펜던트>에 그린피스의 반핵 운동가인 리아너 퇼러는 “그들이 방사선에 노출되는 것을 줄이기 위해 15분씩 교대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래도 상당한 수준의 방사선에 노출됐을 것이며 즉각 방사선 질환에 걸릴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원전의 온도 상승을 막기 위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 육상자위대원들은 14일 바닷물 투입 작업을 돕다가 수소폭발이 일어나며 4명이 부상, 1명이 피폭당하기도 했고, 원전에서 불과 5㎞ 떨어진 병원에서 피난작업을 돕기도 했다. 방위성은 16일 자위대의 헬리콥터로 원전 3호기와 4호기의 상공에서 냉각수를 뿌리려고 시도했으나 방사선량이 높아 접근에 실패했다.

이제 진화 임무는 지상의 경찰들에게 맡겨졌다. 경찰청은 정부 대책반의 요청을 받아들여 방수차를 이용해 1원전 4호기를 냉각시키라고 특공대에 출동을 지시했다. <엔에이치케이>(NHK)는 기동대가 자위대로부터 방호복을 빌려 방사선량을 측정해가며 안전한 거리에서 물을 뿌릴 계획이라고 전했지만, 이도 말처럼 쉬운 작업은 아니다.

도쿄전력도 16일 방사선 수치가 급상승하면서 철수했던 180여명의 작업인원들을 다시 투입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 원전에서 500m 정도 떨어진 지역으로 대피한 상태였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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