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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홀로 살아남은 눈먼 할머니 5일만에 “구해달라” 전화

등록 2011-03-16 20:57수정 2011-03-16 21:02

잔해 갇혀 “도와주세요”
96시간만에 20대도 구출
추위 심한데 눈까지 내려
구조대 8만명 필사의 수색
[일본 동북부 대지진] 기적적 구조 잇따라

“저는 앞이 보이지 않는 맹인이에요. 주변 사람들은 다 어딘가로 가버렸어요. 목이 말라요.” 15일 오후 일본 후쿠시마현 경찰에 걸려온 전화는 지진과 이에 따른 원전 사고로 고통받는 이곳에 한바탕 신선한 소동을 일으켰다. 미나미소마시에 사는 78살의 여성이 불편한 몸으로 혼자서 5일이 지나도록 살아남은 것이다. 경찰은 즉시 출동해 그를 시 피난소에 데려다줬다.

지진이 일어난 지 6일이 지나 생존자가 남아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점점 줄어들고 있지만 한편에선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사람들의 구출소식도 이어지고 있다. 통상 고립된지 72시간이 지나면 생존확률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일본 당국은 ‘또하나의 기적’을 꿈꾸며 생존자 수색작업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일본 동북부 대지진 피해 현황
일본 동북부 대지진 피해 현황

정장(우리나라 읍·면장에 해당)을 비롯해 1만명의 생사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초토화된 이와테현 오쓰치초에서는 지진 발생 92시간만에 아베 사이(75)가 구출됐다. 이 여성은 저체온증으로 고생을 했지만 생명이 위험하지는 않은 상태였다. 지진 당시 장남인 아베 히로미(54)가 어머니를 쓰나미에 휩쓸리지 않도록 2층으로 옮겼고, 그 뒤 물과 빵 등을 갖다 드리면서 구조를 기다렸다. 오사카에서 소방대원이 도착한 15일이 되어서야 아베 사이는 겨우 구출됐다. 아베 히로미는 “날씨가 매우 추웠기 때문에 하루만 늦었더라도 살아남기 힘드셨을 것”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미야기현 이시노마키시에서는 부서진 건물 안에 누워있던 25살 남성이 지진 발생 96시간 만에 구출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그는 다리를 다쳐 스스로 탈출할 수 없게 되자 나흘 내내 소리를 지르며 외부에 구조를 요청했다. 지난 14일에는 역시 이시노마키시에서 생후 4개월된 여자아이가 상처 하나 없는 상태로 구조돼 전세계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일본 당국은 아직 행방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고립 상태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사람들이 많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만명이나 연락이 두절됐던 미야기현 미나미산리쿠초에서는 2000여명이 무사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되기도 했다.


하지만 거센 추위와 눈은 수색작업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미야기현과 이와테현 등 지진 피해지역에서는 굵은 눈발이 내렸고 아침 기온도 영하권을 유지하고 있다. 자위대와 경찰, 행정기관, 자원봉사자 등 8만여명은 방사성 물질 유출 가능성과 여진 등의 위협에도 지진 현장에서 잔해를 파헤치며 생존자 구출을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일본경시청은 이날 오전 9시30분 기준으로 사망자는 3676명, 실종자는 7845명으로 공식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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