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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중국인들 일본을 다시 보다

등록 2011-03-16 21:01수정 2011-03-16 21:49

반일감정·역사적 앙금 접고
최악상황서 침착함에 찬사
[일본 동북부 대지진]

지진과 해일이 사랑하는 가족과 집, 전재산을 휩쓸어가고 방사능 공포가 엄습한 참혹한 상황에서도 분노하지 않고, 질서를 유지하며 차분하게 행동하는 일본인들. 전세계로 전해진 대지진 앞 일본인들의 모습이 ‘일본인들은 왜?’라는 질문들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일본 침략의 역사적 앙금을 간직한 중국인들도 잠시 반일감정을 내려놓고 일본인들을 새롭게 바라보고 있다. 지진 순간 일본 교사들이 몸을 던져 어린 학생들을 보호했다는 뉴스를 읽은 중국인들은 2008년 쓰촨성 원촨 대지진 때 제자들이 학교 건물에 깔려 목숨을 잃는 현장에서 혼자 도망치고도 잘못이 없다고 주장했던 교사 판메이중과 비교하며 일본 교사들에게 찬사를 보냈다. 인터넷에는 “일본인들은 문명수준이 높고, 재난 앞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중국인들도 행동의 격을 높여야 한다”는 글이 앞다퉈 오르고 있다. 수백만 중국인들이 ‘일본을 위해 기도하자’는 링크를 클릭했고, 원촨 대지진 희생자들이 일본인들을 향해 “힘내라”고 격려하는 비디오가 인터넷에서 확산됐다. 중국 최대 검색엔진 바이두의 홍보담당자 카이저 쿼는 미국 <엔피아르>(NPR) 방송에 “중국 누리꾼 대부분이 일본 문화의 일면에 진심으로 경탄하는 모습을 처음으로 보았다”고 말했다.

대피소에서 아이들은 카드놀이를 하고, 노인들은 신문을 읽고 주민들은 서로를 돕는다. 피해지역에선 생필품이 부족하지만 약탈은 찾아볼 수 없고, 주민들은 가게 앞에 조용히 줄을 서 차례를 기다린다.

대재난의 현장에서 벌어지는 약탈과 혼란 모습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일본의 모습은 기이하게 느껴질 정도다. <에이피>(AP) 통신은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해 ‘어쩔 수 없다’(시카타가 나이)고 체념하는 태도, 괴로움을 겪을 때 인내(가만)를 미덕으로 여기는 일본의 전통이 그 배경이라고 15일 분석했다. 수많은 자연재해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섬나라에서 벼농사에 의존해 살아남으려면 모두 협동해야만 했던 역사적 경험, 위계적 인간관계, 타인 앞에서 망신당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심리 등이 이런 태도를 만들어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물론 일본인들의 이런 태도가 당연히 해야 할 요구마저 주저하게 만들어 사회개혁을 더디게 해왔다는 시각도 적잖다. 하지만 와세다대 인류학 교수인 글렌다 로버츠는 “서구인들은 일본인들의 태도가 수동적이라고 보겠지만 공포 앞에서 침착함을 유지하려면 많은 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간지 <더 위크>는 ‘일본에선 왜 약탈이 일어나지 않는가’라는 기사를 통해 일본인들이 어릴 때부터 질서를 지키고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도록 계속 훈련받는 게 이유라고 분석했다. <워싱턴 타임스>의 제임스 픽트 기자는 이 잡지에 “일본은 우월한 게 아니라 다를 뿐”이라며 “일본인들은 순응과 동의가 미덕이라는 가르침을 받아왔으며, 평상시 겉모습과 의무에 신경써야 하는 것은 숨막히는 일이지만 어려운 시기에는 단속과 통제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고 말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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