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민들 먹을것·약품 급한데
기름부족한 수송차 운행차질
피난소서 27명 숨져 ‘2차피해’
기름부족한 수송차 운행차질
피난소서 27명 숨져 ‘2차피해’
“피난소가 목전인데….”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처리에 매달려 있는 동안 39만명에 이르는 이재민들은 강추위 속에서 구호물자를 제때 전달받지 못한 채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거점지역엔 일본 전국에서 몰려든 물품이 넘쳐나지만, 차량 연료 및 유조차 운전사들이 부족해 전달을 못하고 있다고 일본 언론들이 17일 전했다. 그사이 17일까지 피난소에서 27명이 숨지는 등 ‘2차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다.
이와테현 리쿠젠타카타시에서 16일 새벽 시립중학교에 피난했던 80대 여성이 숨지고, 후쿠시마현에서는 급하게 대피소로 옮겨진 환자 12명이 숨지는 등 모두 27명이 도착 뒤 사망했다. 대부분이 탈출에 따른 스트레스와 추위, 피로 때문에 숨진 것으로 보인다고 <아사히신문>은 보도했다.
일본 내에서는 재해의 충격이나 피난 생활의 스트레스, 피로 등으로 숨지는 ‘재해 관련 사망’의 확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995년 한신대지진 당시엔 효고현의 사망자 6402명 중 919명이 재해 관련 사망이었다.
2차 피해를 막자면 한시라도 빨리 구호물자와 의약품이 피난처에 도착해야 하지만 인력과 연료 부족으로 안타까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미야기현 센다이시의 현소방학교 실내훈련장에는 쌀과 식수, 마스크, 기저귀 등이 훈련장 밖까지 넘칠 만큼 쌓여 있지만 이를 옮기는 트럭에 넣을 경유가 부족해 발을 구르고 있다. 운송을 맡고 있는 쇼지 유다이는 “폐차하려던 소방차에 조금씩 남은 기름을 뽑아내서 운행하는 형편”이라고 <요미우리신문>에 말했다. 16일 이와테현의 가마이시항에 도착한 구호품 선박은 1만8000명분의 비상식량과 1800ℓ의 물을 싣고 있었지만 인력과 운송트럭을 구하지 못해 17일 오전에야 겨우 짐을 내렸다.
석유 비축량이 1년치라는 일본에서 일어나는 이런 현상에, 일본 언론들에서 “정부의 강한 리더십이 없다”는 비판과 분노의 목소리도 나오기 시작했다. 구호품 수송용 기름을 따로 우선 공급하지 않고, 개인이나 단체가 개별적으로 구호물자를 보내는 것은 금지하며 중앙에서 통제하는 방식의 정부 대처가 사태 악화를 부채질한다는 얘기이다.
문제가 커지자 일본 정부는 이날 간사이 지방이나 홋카이도에서 바다를 통해 기름을 공급하겠다는 대규모 ‘연료 공급’ 계획을 발표했다.
17일 아침 최저 영하 5.9도(이와테현 모리오카시)까지 떨어지고 눈이 내리는 등 매서운 추위에 시달리는 이들에겐 따뜻한 미소시루(일본식 된장국) 한 그릇이 큰 힘이다. 자원봉사자들 덕분에 오랜만에 따뜻한 음식을 먹은 센다이시의 중학교 2학년 사토 아야카는 “역시 맛있다. 몸도 마음도 따뜻해지는 기분”이라며 웃음을 보였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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