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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긴급차량에 뚫린 고속도…민간구호품엔 ‘막힌 길’

등록 2011-03-17 20:14수정 2011-03-17 20:42

센다이~도쿄까지 2시간반
국도로 가면 20시간 걸려
구호물자 차량 통행금지에
“이대론 아사자 나올수도”
[대지진 현장르포] 도호쿠 고속도 타보니

도쿄와 재난 지역을 잇는 도호쿠 고속도로는 텅 비어 있었다. 음식, 연료, 이불 등 생필품 부족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는 일본 대지진 재해민들에게 물자를 공급할 차량들이 꼬리를 물고 있어야 할 도로였다. 하지만 재해지역이 집중된 미야기현 방향으로 간간이 수십여대의 자위대 재해파견대 차량, 소방차, 앰뷸런스들만 굉음을 내며 지나갈 뿐이었다.

지난 16일, 직접 차를 몰고 올라탄 도호쿠 고속도로에서 일반 물류 차량은 볼 수 없었다. 심지어 ‘긴급 특송’이란 경찰 스티커를 붙인 오토바이까지 다녔지만, 음식물 등을 가득 채운 차량은 고속도로에서 볼 수 없었다. 일본 정부가 대지진 이후 도호쿠 고속도로를 전면 폐쇄한 뒤, ‘재해대책기본법’에 근거해 이 길을 자위대·경찰·소방차 등 긴급·특수 차량들에만 내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어렵사리 ‘긴급차량 허가증’을 발급받아 이 도로를 타고 센다이에서 도쿄까지 갈 수 있었다. 뻥 뚫린 고속도로에서 자동차는 시속 140㎞ 안팎으로 달려, 총거리 300㎞를 넘는 도쿄까지 2시간30여분만에 진입했다. 지난 12일 국도를 이용해 도쿄에서 센다이로 진입할 때, 무려 20여시간이 걸렸던 거리다. 일본의 ‘대동맥’이라고 불리는 도호쿠 고속도로 자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주요긴급물자 지원 상황
주요긴급물자 지원 상황
고속도로를 열어주지 않으면서 정부가 직접 관리하지 않는 구호용 물품이나 상업용 생필품은 재해지역으로 공급이 사실상 어려운 처지다. 물자 공급이 이뤄지지 않는 사이, 재해민들은 돈이 있어도 물건을 사지 못한 채 극심한 추위와 배고픔에 힘겨워하고 있다. 이런 탓에 일본 언론들은 “이런 상황이면 아사자가 나오게 될 것이다. 일본의 대동맥(고속도로)은 자위대가 맡고 있고, 모세혈관(국도)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실제로 민간인 차량이 꾸역꾸역 밀려들고 있는 국도 주변 편의점 진열대는 하나같이 텅 비었다. 극히 일부 공산품만 썰렁하게 남아 있는 상황이다. 지진·쓰나미와 방사능 피해를 직접 당한 센다이, 후쿠시마 시내에도 음식점과 편의점, 주유소 등이 영업을 전면 중단했다. 더는 팔 물건이 공급되지 않은 탓이다.

홍석재 기자
홍석재 기자

일본 긴급재해대책본부는 현재 곳곳에서 들어오는 물자 지원 요청을 취합해, 국토교통부를 통해 전일본트럭협회 소속 대형 트럭 400여분의 물자 공급에 나섰지만 역부족이다. 이 때문에 일본 언론들은 일반 물자 이송 차량들에도 고속도로 개방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17일 <아사히 신문>은 “정부는 식품·연료 차량은 통행증을 받으면 된다고 하지만, 현장에서는 ‘경찰이 접수를 받아주지 않아서…’라는 목소리가 높다”고 꼬집었다.

센다이/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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