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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다시 못볼것 같아…” 전화에 가족들 무너진 가슴

등록 2011-03-18 19:58수정 2011-03-18 22:55

도쿄전력직원 사투 보며 “제발 살아와” 눈물만
“어떻게든 해봐라” 믿음 깬 정부·회사에 항의
‘딩동’ 문자메시지가 도착했다. “마실 물이 부족해. 몸 상태도 안 좋아.”

후쿠시마 원전 안에 있는 남편이 무사할지 노심초사하던 아내는 문자를 받고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지난 11일 지진 이후 원전 안에 있는 남편 걱정에 수십번 전화 시도를 한 끝에 “무사하다”는 한마디만 들은 이후 나흘이 흘러 15일, 처음 받은 소식이었다.

<아사히신문>은 18일 원전 안에 머물고 있는 도쿄전력 직원 가족들의 사연을 모아 전했다. 책임을 지고 있기 때문에 피할 수 없다는 현실을 받아들이면서도, ‘세계 최고의 안전한 기술’이라 큰소리치던 정부나 도쿄전력에 대한 원망감을 가족들은 감추지 못했다. 현장의 직원들은 분명 영웅이지만, 동시에 희생자이기도 하다.

후쿠시마 원전의 제어가 불가능해져 720여명의 직원들이 대피한 15일, 남은 직원 중 한명은 가족에게 전화를 걸었다. “또 만날 수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여기서 혼자 나가버릴 수는 없다.” 가족에 따르면, 이 직원은 11일 지진이 일어났을 때 원전 안에 있었고 그 뒤 긴급노심냉각시스템을 복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으나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 그는 가족에게 “자동차의 배터리까지 끌어모아 비상냉각장치를 가동하려고 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외부에서 전원이 끊긴 것이 가장 안타깝다”고 말했다. 모처럼 수리가 끝난 설비도 여진이 올 때마다 다시 부서졌다고 한다.

교대 시간이 되면 비축 쿠키와 즉석밥을 억지로 입으로 떠넣었지만 목구멍으로 넘어가진 않았다. 그는 계속 ‘방사선을 얼마나 뒤집어썼을까. 이대로 폭발하는 걸까. 많은 사람들에게 방사선을 퍼붓는 참사가 일어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도쿄전력의 기자회견에선 막연한 문답만이 반복되고 있다고 전했더니 그는 “회사는 이미 우리를 포기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면서도 “대피한 주민들이 모두 돌아올 때까지 여기를 나가서는 안 된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한 직원의 가족은 “당장이라도 일본 전체가 달라붙어 어떻게든 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장 큰 책임을 지고 있는 사람들이기에 최선을 다하고 있겠지만, 가족으로서는 한시라도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며 가슴을 졸이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텔레비전에서는 자위대가 방수 작업을 시작했지만 가족들은 가슴이 옥죄어 들어와 화면을 똑바로 바라볼 수가 없었다. “제발 살아돌아와.”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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