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류자 60명 “병든 부모님과 가축 어쩌나”
법적 강제력 없어 지자체는 주민 설득만
법적 강제력 없어 지자체는 주민 설득만
“몸을 가누지 못하는 아버지는 피난소 생활을 견뎌내지 못합니다.”
“사료를 안주면 소들이 다 죽을 거에요.”
방사능 물질을 내뿜고 있는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반경 20㎞ 안 지역에서 정부의 대피 지시를 거부하고 잔류중인 사람들의 하소연이다. <아사히신문>은 이런 사람이 27일 현재 최소 60여명에 이른다고 28일 보도했다. 피난소에 있다가 일시 귀가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일본 경찰청은 지난 15일 “피난 지시가 내려진 지역에서 전원이 피난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아사히신문>이 해당 지역 10개 지방자치단체에 확인한 결과, 7개 지역에서 최소 60명이 피난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가장 많은 곳은 미나미소마시로 34명, 이어 나라하마치가 14명이다.
자발적인 잔류자의 대부분은 스스로 몸을 가누기 어려운 가족을 집에서 그냥 돌보겠다는 사람이거나, 가축을 기르는 축산농이다. 지방자치단체는 육상자위대와 소방서에 협력을 요청해 잔류 주민들의 안부를 확인하고 피난을 설득하고 있지만, 설득이 잘 먹히지 않는 상황이다. 자치단체들은 “피난 지시는 법적 강제력이 없어, 강하게 거부하면 손을 쓸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피난소 생활이 길어지자 필요한 물품을 챙기러 집에 들르거나, 집에 들렀다가 가축 때문에 그대로 머무는 사례도 적잖은 것으로 전해졌다. 에다노 유키오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피난 지시가 내려진 곳에 있는 집에 잠시 들르는 사례가 발견되고 있다”며 “아직은 위험이 큰 만큼 자제해달라”고 강력히 요청했다. 에다노 장관은 “대기중 방사선량이 안정돼가고 있으므로, 풍향을 고려한 뒤 시간대를 정해 앞으로 일시 귀가를 허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진 피해 지역을 중심으로 전력 복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며, 연탄 등을 사용하다 일산화탄소에 중독되는 사고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 27일 오전 후쿠시마현 다나구라마치 국도변의 주유소 앞에 휘발유를 넣기 위해 늘어서 있던 경승용차 운전석에선 82살의 한 노인이 숨진 채 발견됐다. 현 경찰은 발 밑에 연탄 화덕이 있는 것으로 미루어, 추위를 피하기 위해 연탄을 사용했다 가스 중독으로 숨진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 22일엔 야마가타현 히가시네시에서 70대 노인이 중태에 빠지는 등, 비슷한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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