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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핵문명은 허구적 번영 1차산업으로 돌아가야

등록 2011-03-31 20:14

유아사 이치로
유아사 이치로
릴레이 기고 / 유아사 이치로
[한겨레-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 캠페인] 일본에 희망을

한국의 여러분들이 일본 지진 재난을 걱정해서 지원활동을 시작했다는 걸 알고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2011년 3월11일 우리는 일찍이 없던 일을 겪었습니다. 오후 2시45분께 도호쿠 지방 미야기현 130㎞ 앞바다 해저 24㎞에서 매그니튜드 9의 대지진이 일어났습니다.

이번 지진 재해로 가장 심각한 것은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원자로 안 연료봉 일부가 녹아 수소폭발을 일으키고, 사용후 핵연료 보관 저수조가 가열되는 등 냉각 관련 사고가 잇따른 것입니다. 최악의 사고라는 노심용해 직전까지 가 상당량의 방사성물질이 외부로 방출됐고 아직도 사고를 수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이야말로 인류사에 기록된 지구 규모의 방사능 오염 실태를 돌아보며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호소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숙고해야 합니다. 열어서는 안 될 판도라의 상자가 초래할 위험을 직시해야 합니다. 후쿠시마 사고를 내진 대책이 제대로 되지 않아 일어난 걸로 생각해선 안 됩니다. 2호기가 완전히 냉각수 고갈 상태가 됐을 때의 악몽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됩니다. 제어불능이 됐을 때, 아름다운 풍경을 남기면서 생물을 말살해가는 물질군을 취급하는 일이 과연 옳은지 물어봐야 합니다. 도시를 중심으로 한 화려한 생활에 사용되는 전기는 사람이 많이 살지 않는 지역에 방대한 죽음의 재를 방출하는 대가로 만들어집니다. 도시의 번영은 “사고는 일어나지 않아”라는 과신과 허구 위에서 영위되고 있습니다.

‘편리하고 풍부한 삶’을 위해 방사성물질을 대량으로 방출하는 대가를 치르면서 발전을 하고, 적에 대한 억지력이라는 명목 아래 핵무기를 만듭니다. 다함께 안전과 안심을 확보하기 위한 행위일지 모르겠지만 실제로는 완전히 그와 반대입니다. 안전과 안심을 확보하려 한다면, 만일 사고가 일어났을 때 잠재적 위험성이 높은 기술을 선택해서는 안 됩니다. 설령 사고가 일어나지 않더라도 반영구적으로 관리하지 않으면 안 되는 ‘죽음의 재’를 대량으로 생산하고 그 관리를 훨씬 나중의 세대에게 강요하는 것은 세대를 넘은 이기주의입니다.

지금 한국도 그렇습니다만, 세계는 ‘원자력 르네상스’에 도취된 채 국가 차원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원전 수출경쟁을 즐기고 있습니다. 온난화 가스를 내지 않는 클린 에너지원이라 선전하고 있습니다만 이번 사고는 그 거짓과 어리석음을 사실로 증명했습니다.

지구는 우주 오아시스 중의 오아시스입니다. 은하계에 있는 1000억 태양계 중에서 지적 생명체를 품은 행성을 갖고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행성과 태양간의 거리, 그 거대함 등의 물리적 조건과 46억년이라는 아득하고 유구한 시간의 경과, 그 장대한 일련의 역사과정이 만들어낸 일종의 결정체가 인류를 포함한 지구상에 살고 있는 생명군집입니다. 그 놀라운 존재로서의 인류가 자신의 욕망을 위해 스스로의 생존기반을 위험에 빠뜨리는 어리석은 짓을 되풀이해선 안 됩니다. 하루빨리 중지해야 합니다.


핵 기술은 군사, 평화 이용 여하에 상관없이 생물 논리의 정반대편에 있습니다. 후쿠시마 원전 대사고는 한시라도 빨리 핵문명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인류에 대한 경종입니다. 재난을 당한 수많은 시민의 구원과 생활의 재건을 위해 가능한 한 협력하면서 과학기술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허구적인 사회를 1차 산업의 복권을 포함해 자립, 자급자족을 기조로 하는 쪽으로 바꿔가야 합니다. 핵문명에서 벗어나, 허구의 번영이 아니라 땅에 발을 붙이고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한국을 비롯한 세계의 여러분들과 함께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끝>

피스데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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