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 폭발 등 뇌관도 그대로
일본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원전에서 방사성 물질에 오염된 물이 바로 바다로 쏟아지던 구멍을 막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6일(현지시각) <뉴욕 타임스>는 미 당국의 문건을 입수해 “후쿠시마 원전에 새로운 위협요인들이 무기한으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당장 급한 불은 껐지만 원전상황은 여전히 살얼음판이다.
도쿄전력은 6일 오전 2호기 취수구 근처에 있는 구멍에서 방사성 물질에 오염된 물의 유출이 멈춘 것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오염된 물은 터널 아래에 있는 자갈 부분에서 흘러나왔는데, 도쿄전력은 이곳에 물의 흐름을 막는 ‘물 유리’라는 약제를 주입하고 자갈을 다지는 작업을 계속한 결과 이날 오전 5시38분 유출이 멈췄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본 원자력안전보안원은 이곳을 막음으로써 다른 곳에서 새로운 유출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정밀 검사를 추가로 실시하기로 했다.
문제는 급하게 냉각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위험요소들도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뉴욕 타임스>는 미국 원자력규제원회(NRC)가 원자력 전문가들과 함께 지난달 26일 작성한 평가 문건을 공개했는데, 일본 정부의 발표보다 훨씬 자세한 원전 상황을 담고 있는 이 문건은 크게 두가지 우려를 제기한다. 우선 지진과 해일(쓰나미)로 손상을 입은 건물이 냉각작업을 하느라 더욱 약해졌고, 따라서 약한 여진에도 붕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둘째는 수소폭발의 위험이다. 원자력 전문가들은 방사선이 물을 분해하면 수소가 나오는데, 그 수소가 원전사고 초기 때처럼 또 폭발을 일으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노터데임 대학의 물리학자 제이 러번은 “연료봉 근처에서 수소가 만들어졌을 것이며, 그렇다면 폭발물을 연료봉 옆에 두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문건은 해결방법으로 질소를 주입해 수소를 밀어내는 방법을 제안했고, 도쿄전력은 6일 1호기 격납용기에 질소 주입 계획을 발표했다.
이 밖에도 밖으로 노출된 사용후 핵연료 수조에서 방사성 물질이 대기 중으로 방출되거나, 격납용기 안에 남아 있는 소금 때문에 냉각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는 등 다양한 문제점을 문건은 짚고 있다. ‘우려하는 과학자 동맹’(UCS)에서 핵안전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는 데이비드 로크바움은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저글러(공을 여러개 돌리는 재주꾼)도 한꺼번에 너무 많은 공을 돌리지는 못한다”며 “일본은 수많은 과제를 안고 있고, 하나라도 삐끗하면 상황은 정말 나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1~3호기의 원자로 건물 밖에 새로운 냉각장치 설치를 검토중이다. <산케이신문>은 “정부는 새로운 장치 설치에 월 단위의 시간이 필요하지만 기존 설비를 복구하는 것에 비해서는 시간이 덜 걸릴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