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현 미나미소마시의 사쿠라이 가츠노부 시장이 '미나미소마시장의 에스오에스(SOS)'라는 영상을 만들어 유튜브에 올려 대지진으로 고립된 시민을 도와달라는 호소를 하고 있다. 사진은 유튜브 영상 캡처한 것.
원전 24㎞밖 미나미소마 시장
동영상 호소에 외국인 도움 봇물
동영상 호소에 외국인 도움 봇물
“우리는 고립돼있습니다. 시장으로서 애원합니다. 제발 우리를 도와주세요.”
유튜브의 화면에 비친 일본 후쿠시마현 미나미소마시의 사쿠라이 가츠노부 시장의 이마는 잔뜩 찌푸려져 있고, 목소리는 기진맥진했다. 하지만 이 동영상은 전세계인의 가슴을 두드렸고, 전세계에서 답지한 구호품은 미나미소마가 기나긴 암흑의 터널을 헤쳐나오는 전환점이 됐다.
<뉴욕타임스>는 7일(현지시각) 미나미소마시장이 지난달 말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과 그 도시의 현재 상황에 대한 자세한 르포기사를 실었다. 소형 캠코더로 촬영된 ‘미나미소마시장의 에스오에스(SOS)’(사진)라는 제목의 11분짜리 동영상은 전세계에서 지금까지 25만명이 봤다. 시청으로는 아직도 돕고 싶다는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전화하는 사람은 대부분 외국인이다.
사쿠라이 시장이 이 동영상을 찍은 지난달 24일, 미나미소마시는 미래가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 있었다. 24㎞ 떨어진 후쿠시마 원전에서 유출된 방사성 물질 때문에 생필품을 실어날라야 할 트럭은 번번이 진입을 거부했고, 미처 피난하지 못한 시민들은 옥내 피난 지시에 따라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한 채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었다.
동영상의 힘은 대단했다. 시청으로는 음식과 생필품이 든 상자 수백개가 전달됐다. 사쿠라이 시장은 “갑자기 전세계가 우리에게 손을 내밀었다”며 “우리는 혼자가 아니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그는 동영상에서와 마찬가지로 베이지색 유니폼을 입고 있었지만, 이제 얼굴에서는 조금씩 미소가 보였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동영상을 올리자는 아이디어는 자원봉사자가 너무 없다는 불만을 제기하러 시청에 온 한 주민에게서 나온 것이었다. 사쿠라이 시장은 그 비디오를 일본에서 버려진 그들이 할 수 있는 최후의 구조신호였다고 표현했다. 당시에 기자들이 도시 밖으로 피난해 사정을 밖으로 알릴 길이 없었다.
이제 미나미소마시는 천천히 일상으로 돌아오고 있다. 옥내 대피 지시는 아직 풀리지 않았지만 많은 사람들은 무시하기 시작했다. 원전도 두렵지만 그들에겐 당장 사는 게 더 급박하기 때문이다. 조그만 식료품점을 운영하는 산노 야스코는 가게 창문에 “버티자, 미나미소마”라고 쓰인 종이를 가득 붙이고 가게를 열었다.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이 계속 위기 상황이어서 도시의 운명은 아직 불투명하다. 정부는 현재 원전 반경 30㎞까지 피난 지시를 내릴 것을 검토하고 있는데, 결정이 내려진다면 이들은 도시를 버려두고 피난길에 올라야 한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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