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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쓰나미 네번 겪은 ‘마지막 게이샤’ “이렇게 무서운건 처음”

등록 2011-04-10 15:50수정 2011-04-10 22:51

‘마지막 게이샤’ 이토 쓰야코
‘마지막 게이샤’ 이토 쓰야코
이토 쓰야코(84)는 이와테현 가마이시시에서 ‘마지막 게이샤’로 불리던 인물이다. 평생 네번의 쓰나미를 겪은 그의 이야기를 전한 <마이니치신문>과 <뉴욕타임스> 등의 보도는 자연재앙을 숙명처럼 끌어안고 살아가야 하는 일본인들의 삶과 역사를 상징하는 듯 하다.

  이토는 어렸을 적부터 할머니로부터 1896년 2만2000명의 사망자와 행방불명자를 냈던 메이지산리쿠 지진과 쓰나미 얘기를 듣고 자라났다. “할머니는 쓰나미가 모든 걸 삼켜버리는 큰 입을 벌린 모습이라고 얘기하곤 했죠. 가능한 한 빨리 뛰는 사람만 살 수 있다고요.”

 1933년 3000여명이 사망한 쇼와산리쿠 지진 당시 어린 이토는 어머니의 등에 업혀 도망쳤다. 지난달 11일, 다리가 불편한 그를 업은 이는 이토의 노래를 보존하는 문화단체를 이끄는 이웃이었다. “과거 3번의 쓰나미와 전쟁 때 함포사격도 겪었지만 이렇게 무서웠던 건 처음이었어요.” 1978년부터 30여년에 걸쳐 건설돼 규모 8.5의 지진과 쓰나미를 견딜 수 있다는 ‘세계 최대 방파제’가마이시의 방파제도 가공할 만한 이번 쓰나미의 힘에 100m 이상이 아예 날아가버렸다. 확인된 사망자는 1300여명에 달한다.

 6살에 일본무용을 배우기 시작한 그는 어려운 집안을 돕기 위해 14살부터 가마이시의 유서깊은 료테(요정) 사이와이로에서 게이샤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후 그는 사미센 연주와 무용 모두 뛰어난 게이샤로 명성을 얻어 ‘후지마 치카노’라는 예명으로 훨씬 유명해졌다.

 
게이샤
게이샤
지난달 11일 밤, 그는 정말로 오랜만에 117년 역사를 자랑하는 이 요정에서 공연이 예정돼 있었다. 머리를 가다듬고 모처럼의 공연을 준비했건만, 지진 발생 이후 35분 만에 가마이시를 덮친 쓰나미는 그의 사미센도 정성스레 준비했던 기모노도 모두 휩쓸어가버렸다.

 가마이시는 일본 철강산업의 탄생지이자 2차대전 이전 일본의 산업화와 군국주의화를 이끌었던 곳. 미 항공모함이 오키나와를 제외한 일본 본토 중 가장 먼저 공격을 한 곳도 가마이시였다. 그래도 1950년대 이후 일본의 고도성장기 시절, 가마이시는 제철업 도시로 번성하며 전쟁과 쓰나미의 상처를 너끈히 극복해낼 수 있었다. 게이샤 숫자도 한때 100명에 달할 정도로 ‘황금시대’를 구가했다. 하지만 한때 인구 10만명에 달했던 가마이시는 1980년대 이후 일본의 경제후퇴와 함께 쇠락해 지금 인구는 불과 4만명, 실업자도 넘쳐난다.

 “전날밤 수도없이 연습을 했어요. 그날밤 노래를 못한 것이 정말 아쉬워요”라고 그는 말했다. 사미센과 기모노만 있으면 대피소인 체육관의 사람들을 위로해주고 싶다고도 했다. ‘미수’인 88살 은퇴를 계획했던 이토는 다시 요정에 서서 춤을 추고 사미센을 연주할 수 있을까?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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