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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여진도 피난도 정부도…이제 다 싫다”

등록 2011-04-12 20:22수정 2011-04-12 23:00

후쿠시마 등 계속되는 대형 여진에 피난민들 ‘패닉’
원전 30㎞ 밖 피난구역 설정…“이제와서 무슨” 분통
일본 원전사고 비상

“이제 싫다, 이제 싫어.”

11일 오후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발생한 규모 7.0의 여진 직후 기타이바라키 시청으로 몰려든 피난민 중 한명인 사이토 기누요(75)는 진절머리 난다는 표정을 지으며 내뱉듯이 말했다. 후쿠시마현과 붙어 있는 이곳에는 여진 당시 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내리고 있었다.

지난 7일에 이어 11일에도 규모 7 이상의 대형 여진이 발생하면서 지진에 비교적 익숙한 일본인들 사이에서도 극도의 피로감과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고 일본 언론들이 전했다. 계속되는 지진 속에서 집을 떠나 피난생활을 하느라 육체적·정신적으로 피폐해진 일부 피난민들은 패닉 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후쿠시마 근처에서는 11일 이후 지진만 30차례가 일어났고, 후쿠시마현 하마도리에서 12일 오후 2시7분 규모 6.3의 강진도 발생했다. 지바현과 나가노현에서도 12일 규모 6 이상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번 여진의 영향으로 후쿠시마현 이와키시 등에서는 이미 약해진 지반이 흔들려 토사가 붕괴되는 사고가 잇따랐고, 여기에 휘말려 4명이 목숨을 잃었다. 정전이나 단수 피해도 속출했다.

가장 큰 충격을 받은 것은 피난민들로, 후쿠시마현 이와키시의 예술문화교류관 ‘아리오스’에 피난중인 한 남성(54)은 “(11일 오후 여진) 당시 강한 흔들림에 이어 건물 전체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고, 꺄악 하는 비명소리와 함께 한때 대피소가 패닉에 빠졌다”고 말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전했다.

계속되는 여진이 후쿠시마 원전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걱정도 점점 커지고 있다. 11일 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 냉각장치에 연결된 전원이 또 50분 남짓 끊겼으며, 12일 오전에는 4호기 방류구 부근에 있는 해수를 조사하는 ‘샘플링’ 건물에서 화재가 나기도 했다. 후쿠시마 원전은 이미 동일본 대지진으로 지반이 1m 정도 침하된 상태여서 강진의 직격을 또 받으면 붕괴할 우려까지 있다.


일본 정부가 현재 피난지역으로 설정한 후쿠시마 원전 반경 30㎞ 밖이라도 방사성 물질 누적치가 20밀리시버트가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곳을 ‘계획피난구역’으로 설정하기로 하자, 후쿠시마현 주민들의 동요도 커지고 있다. 40㎞ 떨어져 있지만 계획피난구역에 포함된 이타테무라의 히야시 가즈노리는 “이제 와서 무슨 피난이냐. 억지로 끌어내지 않는 한 나갈 생각이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또다른 마을 여성도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위험하다고 할 때 정부가 무시하더니, 이제 또 나가라고 하니 황당하다”고 말했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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