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1원전 사태에 대해 이미 대지진발생 13일째인 지난달 13일 이미 국제원자력사고 최악의 등급인 레벨 7에 해당한다는 인식을 하고도 이를 방치하다 뒤늦게 12일 레벨 7로 격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으로부터 일본 정부가 사고축소에 급급했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일본언론도 “대응이 너무 늦었다”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시로야 세이지 원자력안전위원은 12일 밤 기자회견에서 “지난달 23일에는 이미 후쿠시마 제1원전의 방사성 물질 방출량이 7등급 기준인 수만 T㏃(테라베크렐=1조베크렐)을 넘어 10만T㏃에 이르렀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요미우리신문>은 이와 관련해 13일 “지난달 15일부터 방사성 방출량이 급격히 늘어나 원자력안전위는 후쿠시마 제1원전 2호기에서 같은 날 일어난 원자로 격납용기의 파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런데도 시로야 위원은 보안원에 등급격상을 요청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 “사고등급 평가는 원자력안전·보안원의 역할이다. (원자력안전위가 평가를 수정하라고) 권고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원자력안전·보안원은 경제산업성 산하 기관이긴 하지만 총리 자문기구인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견제도 받게 돼 있다는 점에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하다는 인상을 전해주고 있다.
시로야 위원은 ‘조기에 7등급으로 평가해 시민의 주의를 환기할 필요성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사고방식이 있다”고 말했다.
7등급으로 평가하기까지 한 달이 걸린 데 대해서도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사고에 대한 우리들의 대응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자력안전위는 12일 낮 후쿠시마 원전이 방출한 방사성 물질이 63만T㏃에 이른다는 추정치를 발표했다. 지난 5일 이런 수치를 추정했지만 “더 정확도를 높이고 싶었다”는 이유로 공표를 미뤘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한편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이후 처음으로 맹독성 방사성물질인 스트론튬 89와 91이 원전 주변 30㎞ 권역에서 약간 떨어진 지점의 토양과 식물에서 검출된 사실이 12일 발표된 문부과학성의 샘플조사 결과에서 밝혀졌다. 검출량은 1㎏당 스트론튬 89가 최대 61베크렐, 스트론튬 90이 최대 5.9베크렐이었다.
요오드와 세슘은 법정한도(기준치)가 있지만 스트론튬은 기준치가 정해지지 않았다. 문부과학성은 “이번에 검출된 스트론튬은 아주 미량이어서 건강에 영향이 없다”고 설명했다.
스토론튬은 칼슘과 비슷한 성질을 띠며, 인체에 들어가면 뼈에 부착해서 골수종과 조혈관기에 장애를 일으켜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맹독성 물질이다. 특히 스트론튬 90은 반감기가 약 29년으로 매우 길다. 과거 핵실험 때도 문제가 됐던 물질이다.
김도형 선임기자/트위터 @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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