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호기에 미국 로봇 투입
복구작업자 투입불가 수준
복구작업자 투입불가 수준
지난달 12일 수소폭발이 발생한 뒤 최초로 후쿠시마 원자로건물 내부로 17일 들어간 미국 로봇이 1호기와 3호기 내부의 방사선량을 알려왔다.
일본 원자력안전보안원이 18일 밝힌 1호기의 방사선량은 시간당 10~49밀리시버트, 3호기는 28~57밀리시버트에 이른다. 원전 작업원의 연간 최대피폭량인 100~250밀리시버트에 두세시간이면 다다르기 때문에 당분간 작업원의 직접 투입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후쿠시마 원전에 처음 투입된 아이로봇의 ‘팩봇 510’은 미군이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탐색이나 위험제거작업 등의 임무에 사용하는 로봇으로, 길이 70㎝, 폭 53㎝의 작은 크기다. 평소 높이는 18㎝이지만 팔을 다 늘리면 1m80㎝까지 커진다.
로봇청소기로 유명한 회사인 아이로봇은 팩봇 이외에도 무게 100㎏의 잔해를 치울 수 있는 ‘워리어 710’도 2대 제공했다. 팩봇은 카메라 4대와 방사선량, 온도, 습도 등을 조사할 수 있는 각종 센서를 갖추고 있다. 800m 떨어진 곳에서 무선으로 조작이 가능하고 유선으로 조종할 때는 수심 3m까지 작업이 가능하다.
한편, 평소 로봇기술 선진국이라고 자부하던 일본이 외국에서 만든 로봇을 사고 한달이 훨씬 지나서야 투입한 것에 대한 자조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산케이신문>은 “로봇대국이었던 일본이 원전 사고에서는 인해전술을 사용했다”라고 탄식했다. <마이니치신문>은 후쿠시마 사고대책본부 안에 꾸려진 ‘리모트콘트롤화 프로젝트팀’의 말을 빌어 “일본에서는 방사선에 오염된 환경에서 움직일 수 있는 로봇의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방사선은 실리콘에 영향을 줘 집적회로가 오작동을 일으키게 만든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 10일 ‘후쿠시마에 로봇이 안보인다’는 기사에서 “방사선 누출 상태에서 작동하는 로봇에 대한 연구는 도쿄전력 등이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진행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로봇 투입이 이렇게까지 늦어지게 된 데에 대한 의문은 계속되고 있다. 그동안 프랑스, 독일, 중국 등이 로봇 제공 의사를 밝혔으나 일본은 계속 거절해 왔고, 아이로봇이 지난달 23일 로봇 4대를 제공한 뒤에도 상당한 시간이 지났기 때문이다. 그 사이 세계 최초의 2족 보행 로봇 ‘아시모’를 개발한 혼다의 홈페이지에 ‘왜 아시모를 투입하지 않느냐’는 질문이 올라오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혼다는 “유감스럽게도 아시모는 그런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기술수준에 이르지 못했다”고 공식답변했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