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난강, 구사나기 쓰요시(37).
2개월만에 15만부를 돌파
일본의 국민 아이돌그룹 스마프(SMAP)의 멤버로 한국에서는 ‘초난강’으로 더 잘 알려진 구사나기 쓰요시(37)가 한국의 베스트셀러를 일본어로 직접 번역해 출간한 <달의 거리 산의 거리>(원제 연탄길, 이철환 지음)가 일본에서 판매 2개월만에 15만부를 돌파했다.
2000년 <연탄길>이란 이름으로 한국서 출간돼 모두 360만권이 팔린 이 책은 한국의 가난한 거리에 사는 사람들의 실화를 토대로 한 단편 시리즈로 일본어판에서는 28편을 수록했다. 가족애와 형제애를 테마로 한 이야기가 많다. 10년에 걸친 한국어 공부 끝에 1년에 걸쳐 이 작품을 일본어로 옮긴 구사나기는 18일치 <아사히신문>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번역 이야기가 나왔을 때 마감 시간을 설정하지 않은 게 잘됐다. 책상 위에 언제나 올려다 놓고 시간이 나면 읽었는데 마음에 들어오는 내용이 많았다”고 말했다. 표현방식이나 고유명사에서 벽에 부닥칠 때 감수를 맡은 사람에게 묻거나 바쁠 때는 번역한 부분을 읽고 녹음하면서 1년에 걸쳐 번역을 완성했다고 한다.
1999년 일본에서 수입 상영된 영화 <쉬리>에 출연한 배우 한석규를 보고 자신과 분위기가 닮아 한국에 관심을 갖게 돼 2001년부터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다는 그는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 방일 때 일본시민과의 대화를 담은 민방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사회자를 맡아 유창한 한국어 실력을 자랑하기도 했다.
배우로도 활약중인 그는 재일 한국인 바이올린 제작자의 일생을 그린 <해협을 건너는 바이올린>의 주연을 맡고 <호텔 비너스>에서는 한국어로 연기를 펼쳤다.
<달의 거리 산의 거리>의 어떤 단편도 일본에서는 희박한 가족간의 정이 짙고 뜨겁게 그려져 있다고 신문은 평가했다. 구사나기는 “나는 냉정한 성격이어서 한국의 정열을 그리워하는 부분이 있다.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감동하고 그것에 놀라는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읽으면서 눈물이 멈추지 않게 된 것은 ‘반딧불’. 대학의 청소부를 하면서 혼자서 딸을 양육해 딸이 그 대학 교수가 된 모녀의 마음이 그려져 있다.
3·11 대지진 이후 소속사인 자니스의 연예인과 함께 피해지역에 구호물품을 나누어줄 때 우연히 가지고 있던 자신의 번역서를 수십권 나누워줬다고 한다. “번역을 통해서 부모를 소중하게 생각하게 됐다. 평범한 일상의 감사함을 아는 사람이고 싶다.”
김도형 선임기자/트위터 @aip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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