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에 사는 한 38살 미혼의 직장여성은 3·11 대지진 이후 결혼을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대지진의 여파가 도쿄까지 엄습한 날, 같은 직장에 다니는 기혼자들이 “남편은 괜찮을까” “학교에 간 아이들은 돌아올 수 있을까”하고 걱정하는 소리를 듣고 문득 “나는 걱정해줄 애인도 가족도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일본의 주간지 <주간포스트> 최근호가 전했다.
이 여성처럼 자신의 일에 열중하며 독립적인 삶을 즐기던 30~40대 커리어우먼 사이에서 3·11 대지진 이후 장래에 대한 불안감과 고독감,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고 인생관을 바꾸는 여성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일본 언론들이 전했다. 결혼하고 싶어하는 미혼 남성들도 늘고 있으나 여성쪽의 희망자가 더 많은 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온라인 매체인 제이케스트(j-cast)를 보면, 대형 결혼상담업체인 오넷에는 이달 들어 관련자료를 요청하는 건수가 전년도 같은 달에 비해 15% 늘어났다고 한다. 신규 회원 가입도 여성이 많고 3·11 이후 회원의 남녀 비율도 여성이 5% 늘어났다. 홍보담당자는 대지진의 영향이 크다고 말한다.
“대지진 이후 광고를 자제하는 등 적극적인 홍보활동을 하지 않았는데 이만큼 반향이 클 줄 몰랐다. 사연을 물어보면 지진과 쓰나미 보도로 불안감을 느껴 ‘누군가 의지할 수 있는 사람, 같이 있어줄 사람이 있으면’ 하는 바람을 갖는 여성이 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진과 쓰나미 피해가 큰 도호쿠 지역의 대피소 이재민 가운데도 “이런 때야말로 파트너를 찾고 싶다”며 오넷 지사에 찾아오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일본의 최대 포털사이트인 야후재팬 게시판에서도 짝사랑 상대나 헤어진 남친에게 적극적으로 안부메일을 보낸 뒤 고민하는 여성들의 이야기가 눈에 띈다.
신주쿠에 있는 유명백화점 다카시마야에는 이달 들어 결혼 및 약혼 반지의 매출이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6% 증가했다. 백화점에 따르면 3월 손님이 감소해 점포와 영업 시간을 단축해 4월 들어 그만큼 고객이 늘어난 측면이 있으나 그것만으로 반지 판매가 늘어나지는 않는다고 한다. 홍보담당자는 “소중한 것, 사람과 사람 간의 유대를 재발견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은 아닌가 한다”고 분석했다.
일본에서는 일과 결혼 사이를 고민하다 일을 택하는 커리어우먼이 크게 늘어 2008년 현재 30대 미혼여성율이 32%에 이른다. 30년 전에 비해 4배 가량 늘어난 수치이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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