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민당 등 야3당의 내각 불신임 결의안 제출과 민주당 실력자인 오자와 이치로 전 대표 세력의 반란 동조 움직임으로 벼랑 끝에 몰렸던 간 나오토 일본 총리가 가까스로 기사회생했다.
일본 중의원(하원)은 2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자민당과 공명당, 일어나라 일본당이 함께 제출한 간 나오토 내각 불신임 결의안을 찬성 152표, 반대 293표(유효표 445표)로 부결했다.
전날 밤 자파 의원 74명과 함께 내각 불신임안에 찬성할 뜻을 분명히 했던 오자와 이치로 전 대표는 막판에 태도를 바꿔 표결에 불참했다. 민주당 내 오자와파 의원들도 대부분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오자와파 의원들의 방향선회는 이날 표결 직전 열린 민주당 의원 총회에서 간 총리가 3·11 대지진 피해를 어느 정도 복귀한 단계에서 총리직을 물러나겠다고 타협안을 제시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간 총리의 조건부 사임 발언 이후 내각 불신임 찬성파였던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는 “국난을 극복하기 위해 민주당이 힘을 합쳐 나가자”며 간 총리 지지로 돌아섰다. 또한 오자와파의 일원인 하라구치 가즈히로 전 총무상도 “후쿠시마 원전 주변의 아이들을 피난시키겠다는 약속을 해주면 좋겠다”고 요구하며 간 총리 지지 뜻을 피력하는 등 오자와파의 분위기는 크게 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간 총리 내각 타도 움직임에 대해 이재민을 비롯해 일본내 여론이 극도로 악화된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오자와 전 대표는 대재난 앞에서 권력투쟁에 몰두하는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정치생명에 최대위기에 봉착하게 됐다.
간 총리는 이날 의원 총회에서 “정권을 다시 자민당으로 돌려주지 않도록 온 힘을 기울이겠다”며 “재해와 원전 사고 복구에 어느 정도 전망이 보이는 단계에서 젊은 세대 여러분에게 여러가지 역할을 하도록 기회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는 조만간 스스로 물러나 당내 다른 인사에게 대표와 총리직을 물려주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고 일본 언론들은 분석했다.
민주당 집행부는 이날 오후 야당이 제출한 내각 불신임안 중의원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당내 결속을 다지고자 중·참의원 의원 총회를 열었다.
간 총리는 일단 시간을 벌었으나 지도력에 큰 손상을 입게 됐다.
김도형 선임기자/트위터 @aip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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