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일본의 세계적 작가인 무라카미 하루키(61)는 후쿠시마 제1원전 사태를 언급하면서 “유일하게 핵폭탄을 투하당한 일본은 핵에 대해 ‘노’라고 이야기했어야 했다”면서 일본정부의 원전 유지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스페인 동북부 카탈루니아 자치주정부가 인문과학분야에서 활약한 사람에게 수여하는 카탈루니아상 올해의 수상자로 선정된 하루키는 9일 ‘비현실적인 몽상가로서’라는 제목의 수상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그는 “후쿠시마제1원전 사고는 일본인이 체험한 두번째의 커다란 핵피해이지만 이번에는 폭탄을 투하당한 것이 아니다”라면서 “자신들의 손으로 잘못을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후 일본의 핵에 대한 거부감을 왜곡한 것은 ‘효율’을 우선시한 사고였다면서 정부와 전력회사가 효율이 좋은 발전시스템인 원전을 국책으로 추진해왔다고 비판했다. 그는 “그 결과 지진국인 일본은 세계 제3의 원전대국이 되고 원전에 의문을 표시하는 사람들에게는 비현실적인 몽상가라는 딱지가 붙었다”면서 “그러나 원전은 지금 무참한 상태에 빠지면서 원전추진파의 ‘현실’은 편의에 지나지 않게 됐다”고 지적했다.
하루키는 또 “후쿠시마 사고는 논리의 뒤바뀜을 허용해온 일본인의 논리와 규범의 패배이기도 하다”면서 “우리들은 스스로 고발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술력을 결집하고 사회자본을 쏟아부어 원전 대신에 유효한 에너지 개발을 국가차원에서 추구했어야 했다”면서 “그것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희생자에 대한 집합적인 책임을 지는 방식이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손상된 논리와 규범은 간단하게 되돌릴 수 없지만 그것은 우리들 전원의 임무”라며 “새로운 윤리와 규범, 새로운 언어를 연결시키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꿈꾸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되며, 효율과 편의라는 이름을 갖는 재앙의 개들을 좇게 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하고 “우리들은 힘있는 발걸음으로 전진해야 할 ‘비현실적인 몽상가’가 되지않으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김도형 선임기자/트위터 @aip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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