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돗물 대신 생수·한국산 식품 급증·외출땐 선량계…
일본 동부 지역의 지역별 방사선량 수치는 더 높아지지도 낮아지지도 않고 현재 수준으로 고착돼가고 있다. 피난을 가야 할 정도는 아니지만, 사고 이전보다 몇배에서 몇십배까지 수치가 높다. 그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은 방사능과의 ‘장기전’에 돌입한 모습이다.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식생활이다. 수돗물 대신 생수를 마시는 게 일반화되고, 식재료는 원산지를 따지는 것이 기본이 됐다.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한 외국산 선호도도 높아졌다. 지난 4월 한국산 생수 수입이 지난해 같은 달에 견줘 10배, 즉석라면 수입이 2.5배 늘어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한국산 식품 수입도 크게 증가했다. 대형 슈퍼마켓에서 포장지에 한글이 쓰인 한국 식품을 보는 것도 어렵지 않다.
식품 불안은 쉽게 가라앉기 어려워 보인다. 다나카 미호(35·주부)는 “지금 재배되고 있는 식품이 본격 유통되고 생선에서도 방사능 오염이 확인될 때는 어찌해야 할지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공원 잔디밭에서 돗자리를 펴고 쉬는 사람들도 눈에 띄게 줄었다. 풀밭 표면은 상대적으로 방사선량이 높다. 어린이를 데리고 나온 어머니의 손에 선량계가 들려 있는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도쿄의 강에서 낚시하는 모습을 찾아보기도 쉽지 않다. 바다와 가까운 고토구 등지의 강으로 예년에는 5월부터 망둑어 낚시꾼이 모여들었지만, 올해는 하수 오니에 방사능이 쌓여 있을 것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낚시꾼이 거의 사라졌다.
절전은 ‘문화’로 자리잡았다. 전기사용량을 크게 줄여주는 발광다이오드(LED) 전구와 선풍기의 판매가 큰 폭으로 늘고, 부채도 인기를 끌고 있다. 부채 제조회사인 마이센도(교토)는 “판매가 5월에는 작년보다 30%, 6월 들어서는 70%가량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완구시장에서도 전기를 쓰지 않는 이른바 ‘에코토이’나 ‘노덴(전기를 쓰지 않는다는 뜻) 완구’ 판매가 크게 늘었다.
지난 3월11일 대지진으로 교통이 마비된 이후 움직임이 편한 옷차림에 대한 선호도 높아졌다. 일본 언론들은 부인복 바지와 굽 없는 신발이 많이 팔리고 있다고 전한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