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사는 한국인 여성들이 잔혹하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최근 발생한 살해사건 2건은 일본에 불법체류하다가 현지에서 만난 일본인 남성에게 잔인하게 살해당한 한국인 여성 2명이 포함돼 있다.
일본 요코하마에서 일본인 전직 경찰관이 한국인 아내를 토막 살해한 뒤 주검을 바다에 버린 혐의로 체포됐다고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언론이 4일 보도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3월 이시카와현 가나자와시에서는 한국여성 강아무개(당시 32살)씨가 일본인 이누마 세이치(61)에게 살해된 뒤 머리부분을 잘린채 유기된 사건이 발생했다. 또한 지난달 24일에는 오사카시 히라노구 한 맨션에서 한국 국적의 재일동포 모녀 김옥향(61·일본명 야마시타 가요코)와 둘째 딸 김유미(27·일본명 야마시타 유미·파견직 사원)이 흉기에 찔려 살해된 채 발견되기도 했다.
이날 가나가와현 경찰은 지난해 10월 여성의 두발이 토막난 채 발견된 사건과 관련해 전직 경찰관인 트럭 운전사 야마구치 히데오(50)를 사체 유기혐의로 체포했다. 야마구치는 경찰조사에서 “살해해서 주검을 절단해 개천에 버렸다”고 진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야마구치에 대해 살인 혐의도 조사 중이다.
야마구치는 지난해 9월1일 밤 요코하마시 미나미구의 한 아파트 안에서 한국 국적의 아내 조영주(사망 당시 41살)씨를 살해한 뒤 시신을 토막 내고 다음날인 9월2일 새벽 조씨의 두 발목을 비닐봉지에 넣어 집 근처 강에 버린 혐의를 받고 있다.
조씨는 지난해 9월1일 저녁 자택인 아파트에 들어가는 모습이 방범 카메라에 찍혔지만, 그 후 연락이 되질 않았다. 9월2일에는 비닐봉지 같은 것을 가지고 외출하는 야마구치씨의 모습이 방범카메라에 찍혔다. 자택 마루에서 핏자국이 발견됐고, 유전자 검사 결과 조씨의 것으로 확인됐다.
조씨는 1995년에 단기 비자로 입국한 뒤 불법체류 상태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다 경찰관이었던 야마구치를 만나 2004년 9월 결혼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전했다. 야마구치는 지역 경찰서 생활안전과에 근무하던 2004년 9월 조씨의 불법체류 사실을 알면서 결혼했고, 같은해 12월 출입국관리법 위반(불법체류)으로 불구속 송치된 뒤 감봉 처분을 받자 사표를 냈다. 당시 계급은 경부보(경위)였다. 야마구치는 지난해 9월3일 조씨의 수색 신청서를 제출했고, 같은해 10월4일 조씨의 두 다리가 요코하마 앞바다에서 발견됐다.
한편 가나자와 지방재판소는 지난달 27일 한국여성 강아무개씨 토막살인 사건과 관련해 애초 시체유기 파손으로 징역 18년을 구형된 이누마 세이이치(61·무직)에 대해 살인죄가 아닌 상해치사죄를 적용해 징역 6년형을 선고해 논란이 일고 있다.
재판부는 “시신을 해부한 의사의 증언으로는 (강씨의) 사인이 목을 조른 질식사였는지 의문의 여지가 있다”면서 “살의가 있었다고 인정되기 어렵다”고 밝혔다. 강씨의 오빠는 판결 뒤 기자회견에서 “증거를 무시한 판결을 이해할 수 없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가나자와 지검도 살인죄의 쟁점이 되는 주검의 머리 부분을 발견하지 못한 상태에서 항소를 해도 판결을 뒤집을 수 없다는 이유로 항소를 단념할 방침을 세웠다고 <마이니치신문>이 전했다. 일본식 국민참여재판인 재판원제도에 따라 재판이 진행된 이 사건 공판과정에서 재판원들은 “피해자의 주검에 질식사로 보이는 소견이 없고 증명할 증거도 없다”, “살의를 증명할 증거가 없어서 판단이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누마는 2009년 6월께 이시카와현 가나자와시 주차장에 세워져 있던 차안에서 강씨의 목을 조르는 등 폭행해 살해한 뒤 흉기로 머리를 자르고 시신을 트렁크에 넣고 산 속에 버린 혐의를 받고 있다. 사건 뒤 국내의 한 방송사는 “강씨는 2006년 일본인과 결혼했다가 실종됐으며, 출장 성매매를 통해 이누마와 만났다”면서 “하루코(강씨의 일본식 이름)의 삶에는 일본 내 한국인 여성의 위장결혼, 불법송출, 범죄에 노출돼 있지만 보호받기 어려운 현실이 놓여 있다”고 밝혔다. 김도형 선임기자/@aip209
이누마는 2009년 6월께 이시카와현 가나자와시 주차장에 세워져 있던 차안에서 강씨의 목을 조르는 등 폭행해 살해한 뒤 흉기로 머리를 자르고 시신을 트렁크에 넣고 산 속에 버린 혐의를 받고 있다. 사건 뒤 국내의 한 방송사는 “강씨는 2006년 일본인과 결혼했다가 실종됐으며, 출장 성매매를 통해 이누마와 만났다”면서 “하루코(강씨의 일본식 이름)의 삶에는 일본 내 한국인 여성의 위장결혼, 불법송출, 범죄에 노출돼 있지만 보호받기 어려운 현실이 놓여 있다”고 밝혔다. 김도형 선임기자/@aip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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